켐스콧 공방에서 펴낸 책들 가운데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제프리 초서 작품집> .
근대 디자인의 아버지 ‘윌리엄 모리스’ 예술책 전시
책 자체가 예술품인 책, 서양사람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책, 그래서 세계 장서가들이 가장 탐내는 책인 명윌리엄 모리스(1834~1896)의 공예품책들이 처음으로 한국에서 선보인다. 근대 디자인의 아버지로 꼽히는 윌리엄 모리스가 책을 평생의 작업으로 삼고 장인들과 예술가를 불러모아 만든 공방인 ‘켐스콧’ 시절 제작한 책공예의 걸작들로, 9월1일부터 그의 이름을 딴 책 전문 전시장인 경기도 파주 헤이리 ‘윌리엄 모리스’(031-949-9305~6)에서 전시된다. 10월31일까지.
이번 모리스 책 전시회는 바로 모리스의 켐스콧 공방이 펴낸 책 일체를 한자리에 선보인다. 장서가로 소문난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10년에 걸쳐 수집한 모리스 컬렉션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회다. 모리스의 열렬한 팬인 김 대표는 헤이리에 세운 전시장은 물론 전시장 내 찻집 이름까지 모두 윌리엄 모리스로 지었다. 아담한 전시장에서는 <초서 작품집>을 비롯한 모리스의 ‘예술품 책’들과 함께 모리스가 디자인한 각종 벽지 문양, 그리고 태피스트리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문학·공예·건축 아우른 천재 예술가
중세책에 매료, 책공방 ‘켐스콧’ 세워
고딕미학·장인정신의 걸작 국내 첫 선
19세기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팔방미인 천재 윌리엄 모리스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불가능한 인물이다. 극작가이기도 했지만 뛰어난 시로 계관시인 칭호를 받았으며 옥스포드대학 시학 교수로 추대되기도 했다. 사회주의자로 사회개혁에 헌신했고, 정치평론도 했으며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또한 환경운동과 문화유산 보호 운동의 선구자로 이른바 시민들의 힘으로 파괴 위기에 놓인 중요한 환경보호 구역이나 문화재를 사들이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정착시킨 주역이다. 그러나 이 모든 활동을 다 합친 것 이상으로 그는 근대 미술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19세기 공예와 건축, 디자인 분야에서 미술사책들은 모리스에게 그 누구보다도 많은 장을 할애한다.
19세기 산업기술이 발달하면서 생활 속에 예술의 감각을 더하는 ‘공예’가 등장했고, 이 공예를 예술로 편입시킨 주인공 중 한 명이 윌리엄 모리스다. 그는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에게 모두 행복한 예술, 민중을 위한 예술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런 예술의 핵심을 각종 장르가 융합하는 건축으로 보았고, 이상적인 예술의 모델을 중세 고딕 미술로 생각했다. 그는 각종 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예술감독’이 되어 고딕 미학을 근대에 맞게 장인정신으로 되살리는 작업에 매달렸다.
일찌감치 디자인과 공예예술의 거장이 된 그가 평생의 과제로 삼은 소재가 바로 ‘책’이었다. 그는 예술의 최고 경지가 책이며, 책의 최고 경지를 이룬 것이 그가 늘 높이 평가하는 중세의 책으로 봤다. 모리스는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활자체’라 보고 중세 글꼴을 모범으로 하는 새로운 글꼴과 중세식 책 만듦새를 따르며 책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는 책을 추구했다. 그가 이런 중세 미학의 부활을 꿈꾸며 1890년 세운 공예회사가 그가 환갑을 바라보는 56살에 세운 ‘켐스콧 인쇄공방’이다.
켐스콧 공방은 그의 이런 이상에 따라 그가 숨지기 전까지 6년 동안 최고급 소재에 최고의 장인들의 솜씨를 동원해 모두 53책 66권의 예술작품성 책들을 만들었다. 이 켐스콧 책들 가운데에서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책은 <제프리 초서 작품집>이다. 모리스가 디자인한 글꼴을 비롯해 당대의 화가였던 번 존스의 그림, 그리고 모리스가 극도로 까다롭게 고른 최고급 삼베 종이와 어린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책이다. 영국인으로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초서를 사랑했던 모리스는 초서 작품집을 만드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정하고 나이 60살에 마침내 작업을 시작해 1896년 2년 만에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네달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초서 작품집>은 서양 장서가와 미술관들에게 최고 인기 수집품으로, 아센덴 공방의 <돈키호테>와 더우즈 공방의 <성서>와 함께 서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쇄본으로 꼽히며 책 값이 억대에 이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중세책에 매료, 책공방 ‘켐스콧’ 세워
고딕미학·장인정신의 걸작 국내 첫 선
윌리엄 모리스 초상과 그가 디자인한 텍스트.
켐스콧 공방은 그의 이런 이상에 따라 그가 숨지기 전까지 6년 동안 최고급 소재에 최고의 장인들의 솜씨를 동원해 모두 53책 66권의 예술작품성 책들을 만들었다. 이 켐스콧 책들 가운데에서 가장 걸작으로 꼽히는 책은 <제프리 초서 작품집>이다. 모리스가 디자인한 글꼴을 비롯해 당대의 화가였던 번 존스의 그림, 그리고 모리스가 극도로 까다롭게 고른 최고급 삼베 종이와 어린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책이다. 영국인으로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초서를 사랑했던 모리스는 초서 작품집을 만드는 것을 평생의 과제로 정하고 나이 60살에 마침내 작업을 시작해 1896년 2년 만에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네달 뒤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의 <초서 작품집>은 서양 장서가와 미술관들에게 최고 인기 수집품으로, 아센덴 공방의 <돈키호테>와 더우즈 공방의 <성서>와 함께 서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쇄본으로 꼽히며 책 값이 억대에 이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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