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박소빈씨
뉴욕 첫 개인전 여는 서양화가 박소빈씨
대학 때 화엄사 벽화에서 ‘영감’
십수년째 ‘용과 여인’만 그려와
전시기획자들 “아름답다” 감탄 구름이 잔뜩 끼어 날이 꾸무럭한 30일 오후, 광주립미술관 팔각정 스튜디오를 찾았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지원으로 젊은 화가 6명이 창작에 몰두하는 곳이다. 3층 서양화가 박소빈(37·사진)씨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용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승천을 포기한 것일까? ‘에로틱’하게 여체를 휘감고 있는 용들한테서 역동성이 솟는 듯 했다. “용과 하나가 된 여인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려는 것이지요.” 박씨는 11월27일부터 12월23일까지 미국 뉴욕 텐리 갤러리에서 ‘사랑, 꿈’을 주제로 초대전을 연다. 그는 500호짜리 〈부석사의 설화〉(2005)와 〈깊은 향기〉(2007) 등 20여점을 골랐다. 그는 “누구나 뉴욕전을 꿈꾼다.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다음달 3~16일 서울 청담동 갤러리 피아시아이에서도 초대전을 연다. 박씨는 지난해 2월 서울 갤러리 피아이시아이 초대로 뉴욕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전’에 참가했다. 박씨의 작품이 “아름답다”며 관심을 보였던 전시기획자 엘가 위머는 넉달 뒤 뉴욕 4인 그룹전에 박씨를 초대했다. 지난해 10월 광주비엔날레에 온 뉴욕 기획자 탈리아도 박씨의 작업실을 방문해 “독특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1월 뉴욕 개인전은 두 기획자의 초대로 성사됐다. 박씨는 미대 4학년 때 처음 ‘용’을 만났다. 전남 구례 화엄사에 갔다가 대웅전을 타고 오르는 용 그림을 보고 ‘영감’이 꽂혔다. 남녀의 알몸을 통해 사랑을 표현해온 그는 남자를 용으로 교체했다. 박씨는 “용은 수호신이자 남성적인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십수년 동안 용과 사랑의 여인만을 그렸다. 용의 강렬한 이미지를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연필로만 그리다가, 최근 수채물감과 브론즈 등으로 채색 효과를 낸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와 함께 여성성을 상징하는 꽃을 그려 넣어 환생을 표현한 것도 새로운 변화로 꼽을 수 있다. 그는 한국 설화와 전설을 화폭에 담고 있다. 대표작 〈부석사의 설화〉엔 신라 고승 의상과 선묘라는 당나라 여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스며 있다. 그는 “최근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를 봤다”며 “드래곤이 아닌 용(Yong) 그림을 그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부석사 설화 연작을 완성하고, 동영상과 설치작업 등의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십수년째 ‘용과 여인’만 그려와
전시기획자들 “아름답다” 감탄 구름이 잔뜩 끼어 날이 꾸무럭한 30일 오후, 광주립미술관 팔각정 스튜디오를 찾았다. 광주시립미술관의 지원으로 젊은 화가 6명이 창작에 몰두하는 곳이다. 3층 서양화가 박소빈(37·사진)씨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용 그림들이 눈에 띄었다. 승천을 포기한 것일까? ‘에로틱’하게 여체를 휘감고 있는 용들한테서 역동성이 솟는 듯 했다. “용과 하나가 된 여인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표현하려는 것이지요.” 박씨는 11월27일부터 12월23일까지 미국 뉴욕 텐리 갤러리에서 ‘사랑, 꿈’을 주제로 초대전을 연다. 그는 500호짜리 〈부석사의 설화〉(2005)와 〈깊은 향기〉(2007) 등 20여점을 골랐다. 그는 “누구나 뉴욕전을 꿈꾼다. 참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 앞서 다음달 3~16일 서울 청담동 갤러리 피아시아이에서도 초대전을 연다. 박씨는 지난해 2월 서울 갤러리 피아이시아이 초대로 뉴욕에서 열린 ‘국제 아트페어전’에 참가했다. 박씨의 작품이 “아름답다”며 관심을 보였던 전시기획자 엘가 위머는 넉달 뒤 뉴욕 4인 그룹전에 박씨를 초대했다. 지난해 10월 광주비엔날레에 온 뉴욕 기획자 탈리아도 박씨의 작업실을 방문해 “독특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1월 뉴욕 개인전은 두 기획자의 초대로 성사됐다. 박씨는 미대 4학년 때 처음 ‘용’을 만났다. 전남 구례 화엄사에 갔다가 대웅전을 타고 오르는 용 그림을 보고 ‘영감’이 꽂혔다. 남녀의 알몸을 통해 사랑을 표현해온 그는 남자를 용으로 교체했다. 박씨는 “용은 수호신이자 남성적인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십수년 동안 용과 사랑의 여인만을 그렸다. 용의 강렬한 이미지를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연필로만 그리다가, 최근 수채물감과 브론즈 등으로 채색 효과를 낸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이와 함께 여성성을 상징하는 꽃을 그려 넣어 환생을 표현한 것도 새로운 변화로 꼽을 수 있다. 그는 한국 설화와 전설을 화폭에 담고 있다. 대표작 〈부석사의 설화〉엔 신라 고승 의상과 선묘라는 당나라 여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스며 있다. 그는 “최근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를 봤다”며 “드래곤이 아닌 용(Yong) 그림을 그려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부석사 설화 연작을 완성하고, 동영상과 설치작업 등의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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