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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절제된 화려함으로 담아낸 불화의 미학

등록 2007-09-04 19:58수정 2007-09-04 23:03

이김천 불화전 21일까지
태어난 곳이 이름이 된 화가 이김천(43)씨는 충북 음성을 ‘제2의 고향’ 삼아 정착한 뒤 꾸준히 현대회화의 눈으로 보는 불화 작업을 계속해왔다. 우리 불화 특유의 미학을 탐구해온 그가 ‘이김천표 불화’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21일까지 충북 음성군 음성읍 이김천 스튜디오갤러리(043-872-2135).

전시작품들을 보면, 화려한 색채의 꽃과 식물이 비경을 이루는 기존 화풍을 이어가면서 그림감이 불교적인 것들로 바뀌었다. 꽃밭 가운데에는 석가모니가 들어섰고, 꽃나무 뒤로는 관세음보살이나 가람을 지키는 신장들이 등장한다. 얼핏 불화 느낌이 물씬 묻어나지만 다시 보면 전통 불화와는 다른 새로운 미감을 느낄 수있다. 태피스트리를 연상시키는 구성은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담백하다. 이 화백이 보기에 그가 좇으려는 불화의 매력은 ‘생동감’, 그리고 ‘절제된 화려함’이다. “범패하는 스님 소리는 담백하잖아요. 불화는 절제되고 담백한 선으로 수행하듯 그리는데도 산수화나 문인화에는 없는 기운이 느껴져요. 그런 담백한 운필의 맛이 문인화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기운생동’ 못잖거든요.”

그러면 절제된 화려함이란 뭘까? 불화는 기교가 적은 대신 구성이 반복적이어서 요즘 기준으로 보면 예술가의 창작품이라기보다는 장인의 공예품처럼 보인다. 그래서 겉보기엔 예술과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절제된 화려함’ 때문에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씨는 우리 불화 가운데에서도 대중들에겐 고려 불화보다 덜 알려진 편인 조선 불화의 매력에 뿍 빠져있다. “조선후기 불화 속 부처는 슬픈 사람에겐 슬퍼 보이고, 기쁜 사람에겐 기뻐 보여요. 잘생긴 것도 아니고, 이상적인 것도 아닌데 예술의 궁극에 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조선의 불화가 잊혀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석가모니와 비로자나불이 등장해 누가 봐도 ‘불화’라고 알 수 있는 그림들과 함께, 충북 보은의 큰절 법주사의 팔상전과 음성에 있는 가섭사 같은 가람들을 그린 ‘사찰건축 그림’도 함께 선보인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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