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협연하는 베이스 연주자 스탠리 클락과 건반 연주자 조지 듀크.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밴드 ‘윈디시티’, 지난해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 광명음악밸리축제 모습.
김소민 기자가 미리 가본 ‘음악페스티벌’
음악페스티벌의 좋은 점. 싸다. 그럴싸한 외국 음악가 왔다하면 거의 10만원이다. 페스티벌에서는 여러 음악가 공연 두루 보며 하루 종일 놀아도 5만원을 안 넘는다. 양만 따지니 우아하지 못한가? 그래도 어떤 귀는 소화기관인 위를 닮아 양이 어느 정도 돼야 섭섭하지 않다. 게다가 싼 게 비지떡도 아니라면, 그야말로 웬 떡이냐다. 기회는 이번 주부터 10월 첫째 주까지다. 페스티벌마다 특색도 있으니 취향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지 않겠나.
코스모스 만발한 재즈천국
재즈 듣다 코 골 자유를 선언했다. 2005년 가본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들었던 재즈는 말끔히 잊었지만 코스모스는 생생하다. 어찌나 군락이 탐스럽던지 친구끼리였는데도 기분이 달짝지근했으니 연인끼리였으면 일 난다. 좋았던 건, 야외에서 음악 들으며 졸리면 드러누워 자버릴 수 있다는 점, 나를 졸리게 한 자 코골아 응징할 수 있다는 점. 누구 하나 뭐랄 사람 없다. 그런 호사 누리려면 돗자리, 난방용 옷은 필수다. 밤에는 창고를 개조한 공연장에서 공연을 봤는데 앉을 자리 없어 다리 후들거리고 음향도 달렸지만, 그것이 또 낭만 아니겠나.
올해는 12~16일 열리는데 걱정이다. 표 값 때문? 1인당 하루 2만원이니 그리 큰 걱정은 아니다. 페스티벌 참가 인원이 첫 회 때 3만, 2회 때 7만, 지난해 10만명이니 이번엔 돗자리 못 펴면 어쩌나. 인재진 예술감독은 “걱정 붙들어 매고 소풍을 즐기라”고 말한다. 200명이 6개 무대에서 연주한다니 뭘 듣긴 들어야 할텐데, 인 대표에게 하나만 골라달라고 했다. “베이스 주자 송홍섭이 조용필의 대표곡을 편곡해서 연주하거든요. ‘단발머리’ ‘친구여’…. 송홍섭은 록밴드 ‘사랑과 평화’,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에서 베이스 연주했죠.”
베이스의 달인이라는 송홍섭, 그에게서는 베이스를 배울 수 없다. 독학으로 터득해서 혼자만의 방식으로 연주하기 때문이다. 인 대표는 어느 참에 추천 공연을 이어 붙인다. “그리고 베이스 주자 스탠리 클락과 건반 연주자 조지 듀크 협연. 안 어려워요. 걱정 마세요. 팝에 가까워요.” ‘포 플레이’의 밥 제임스, 하비 메이슨 그리고 기타리스 레리 코리엘과 한국의 베이스 주자 서영도의 협연도 “나라면 안놓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모스는 좋은데 재즈는 죽어도 싫다면, 밤을 기다릴 것. 윤미래, 드렁큰 타이거, 캐스커 등이 힙합 등으로 달린다. www.jarasumjazz.com
공짜라 더 좋은 대중음악 ‘클래식’ 그날 광명시의 밤은 그대의 낮보다 시끄러웠다 2005년 첫회 광명음악밸리축제를 취재하러 갔다. 놀러 간 거 아니었다. 오후 6시께부터 광명시민운동장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였다. 유명세 타는 밴드부터 홍대 클럽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인디밴드까지 줄줄이 나오는데, 밤 10시가 넘어도 관객들이 집에 안 간다. “뭔 일이래?” 동네 마실 나온 아저씨, 그 아저씨를 따라 나온 개, 개는 짖어라 머리에 물 뿌리고 헤드뱅잉하는 젊은이, 그 젊은이의 어깨를 잡고 달리며 기차놀이를 하려는 또 다른 젊은이…. ‘개까지 노는데 왜 나만 일 해야 돼.’ 그래서 결국 놀다 왔다. 광명음악밸리축제는 공짜라서 더욱 사랑스럽다. 10월 5~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색다른 분위기를 보탰다. 주제는 ‘더 클래식’, 다른 말로 하면 ‘한국 대중 음악도 뼈대 있는 집안이야!’ 정도다. 명예의 전당, 미국에만 있으란 법 있나. 여기도 하나 만들었고 거기에 이름 올릴 첫 번째 음악인은 타악기 주자 고 김대환이다. 최수일 총감독은 “한국 록의 1세대이자 전위적인 타악기 연주로 명성을 날린 분인데 기타주자나 작곡가들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김대환, 자신이 타고 다니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엔진 소리에 맞춰 북을 쳤다는 연주자이자, 쌀알에 반야심경을 써 넣은 예술가다. 최 총감독의 ‘강추’ 프로그램도 고 김대환 헌정 공연이다. “김대환 옛 공연 영상이 나와요. 그러면 타악기 주자 이정오, 춤추는 박수진, 해금 연주자 강은일, 트럼펫 연주자 최선배, 재즈보컬 장정미 등이 차례로 따로 또 같이 즉흥연주를 하는 거예요.”(최수일) 설명 들어도 잘 모르겠다. “저도 봐야 알아요. 퍼포먼스에 가까운 공연이 될 거예요.” 너무 어려울까 걱정 말고 마실 나왔다고 생각하란다. 무대는 여러 군데다. 대중음악의 중진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이은미, 정원영 등이 주요 무대에 선다. 싫다? 그럼 슬슬 걷는다. 이번 무대엔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굴소년단, 딥플로우 등 신인들이 있다. 싫다? 또 슬슬 걷는다. 이현우, 박정아 등이 만드는 팝 무대다. 화끈한 게 좋다? 블랙홀, 크라잉넛 등의 무대로 슬슬 걸어 가면 그만이다. http://mvalley.org/main01.php.
‘쟁쟁한’ 가수들과 놀이 한판 남자친구만 공유로 바꾸면 세련은 완성된다 음악은 이미 준비됐다. 6~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올해가 첫 회라 분위기를 장담은 못하지만 출연진의 면면을 보니 세련미가 넘실거린다. 그러니까 말랑말랑하면서도 포근하면서도 신선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 정도라 할까. 공연을 기획한 이종현 마스터플랜 대표는 “라디오프로그램 <유희열의 올댓뮤직>이나 <음악도시>같은 분위기”라는데 모르겠다. “그러니까 도시락 먹고 게임도 하면서 공연도 보는 거죠.”(이종현) 장르야 따지자면 포크, 록 등 다양한데 그게 그리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윤상, 이승환, 이승열, 빅마마…. 이름값 나가는 가수들이 포진해있다. 광고·드라마 배경으로도 주름 잡는 음악가들 한묶음이 더 있다. 펩시 배경음악의 주인공 ‘클라우드 룸’, 아파트 광고 속 노래의 주인공 스페이스 켈리,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이한철,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더 멜로디’…. 유학중이라 콘서트 한번 보기 쉽지 않은 ‘루시드폴’,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와 김C 등이 결성한 밴드 ‘페퍼민트 클럽’…. 안타깝게도 짱짱한 면면답게 비싸다. 무려 4만4천~5만원이다. 그래도 따지면 남는 장사다. 이들이 두 세곡 부르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단독공연과 비슷할 만큼 각각 1시간 남짓씩 무대에 오른다. 그중 한 공연 추천해 달라하니 이종현 대표 “특정 음악인 볼 생각 말고 그냥 쉬엄쉬엄 놀라”고 제안한다. 밴드들도 공연 끝난 뒤에 그럴 거란다. 레게 리듬 타는 밴드 ‘윈디시티’는 무대에서 내려온 뒤 잔디밭에 눌러앉아 북을 두드리며 놀 셈이다. 무대 밖 한 부스는 라디오 스튜디오처럼 꾸며 공연 끝낸 음악가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주고 이야기도 한다. www.mintpaper.com.
세계음악 거장들 놓칠 수 없지
외국어만 끝내면 세계와 소통한다 음악은 준비됐다. 5~7일 경기도 이천 설봉공원에서 열리는 ‘원월드뮤직페스티벌’이다. 올해가 첫회인데 브라질, 쿠바, 세네갈, 카부 베르데, 노르웨이 등에서 온 음악인들 이름 앞엔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빠짐없이 붙어있다. 자기 땅의 리듬을 확실히 살리면서도 세계인에게 이물감 없게 받아들여지도록 여러 요소를 섞는 남다른 재주를 지녔다. 쿠바 그룹 ‘로스방방’은 그야말로 방방 뛰게 옆구리를 찔러대고 브라질의 이방 린스는 부드럽고 쓰다듬는다. 쿠바의 아카펠라 그룹 ‘보카 샘플링’, 아프리카의 밥 딜런 ‘이스마엘 루’…. 송기철 예술 감독은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며 한 공연만 고르기를 거부한다. 윤상과 이방 린스가 이방 린스의 곡을 함께 부르고 해금 연주자 정수년과 노르웨이 바이올린 연주자 수산네 룬뎅이 노르웨이 민요를 같이 연주한다니 눈길을 끈다.
하루에 딱 만원이고 그나마 수익은 불우이웃 돕는 데 쓴다. “윤상 아저씨고 이방린스 아저씨고 난 심심해”라고 데려간 아이가 떼를 쓰면 처음 보는 악기를 만지며 노는 기회를 줄 수 있다. “케마(안데스의 피리) 봤어? 삼포냐(안데스의 팸플룻)는? 잼배(아프리카의 북)는 한번 두드려 볼래?” www.oneworldmf.or.kr.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올해 자라섬국제페스티벌에서 조용필 대표곡을 편곡해 연주할 베이스주자 송홍섭과 페스티벌 현장에서 활짝 핀 코스모스
공짜라 더 좋은 대중음악 ‘클래식’ 그날 광명시의 밤은 그대의 낮보다 시끄러웠다 2005년 첫회 광명음악밸리축제를 취재하러 갔다. 놀러 간 거 아니었다. 오후 6시께부터 광명시민운동장에 사람들이 꾸역꾸역 모였다. 유명세 타는 밴드부터 홍대 클럽에서나 가끔 볼 수 있는 인디밴드까지 줄줄이 나오는데, 밤 10시가 넘어도 관객들이 집에 안 간다. “뭔 일이래?” 동네 마실 나온 아저씨, 그 아저씨를 따라 나온 개, 개는 짖어라 머리에 물 뿌리고 헤드뱅잉하는 젊은이, 그 젊은이의 어깨를 잡고 달리며 기차놀이를 하려는 또 다른 젊은이…. ‘개까지 노는데 왜 나만 일 해야 돼.’ 그래서 결국 놀다 왔다. 광명음악밸리축제는 공짜라서 더욱 사랑스럽다. 10월 5~7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색다른 분위기를 보탰다. 주제는 ‘더 클래식’, 다른 말로 하면 ‘한국 대중 음악도 뼈대 있는 집안이야!’ 정도다. 명예의 전당, 미국에만 있으란 법 있나. 여기도 하나 만들었고 거기에 이름 올릴 첫 번째 음악인은 타악기 주자 고 김대환이다. 최수일 총감독은 “한국 록의 1세대이자 전위적인 타악기 연주로 명성을 날린 분인데 기타주자나 작곡가들에 비해 별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 김대환, 자신이 타고 다니던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엔진 소리에 맞춰 북을 쳤다는 연주자이자, 쌀알에 반야심경을 써 넣은 예술가다. 최 총감독의 ‘강추’ 프로그램도 고 김대환 헌정 공연이다. “김대환 옛 공연 영상이 나와요. 그러면 타악기 주자 이정오, 춤추는 박수진, 해금 연주자 강은일, 트럼펫 연주자 최선배, 재즈보컬 장정미 등이 차례로 따로 또 같이 즉흥연주를 하는 거예요.”(최수일) 설명 들어도 잘 모르겠다. “저도 봐야 알아요. 퍼포먼스에 가까운 공연이 될 거예요.” 너무 어려울까 걱정 말고 마실 나왔다고 생각하란다. 무대는 여러 군데다. 대중음악의 중진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이은미, 정원영 등이 주요 무대에 선다. 싫다? 그럼 슬슬 걷는다. 이번 무대엔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굴소년단, 딥플로우 등 신인들이 있다. 싫다? 또 슬슬 걷는다. 이현우, 박정아 등이 만드는 팝 무대다. 화끈한 게 좋다? 블랙홀, 크라잉넛 등의 무대로 슬슬 걸어 가면 그만이다. http://mvalley.org/main01.php.
‘쟁쟁한’ 가수들과 놀이 한판 남자친구만 공유로 바꾸면 세련은 완성된다 음악은 이미 준비됐다. 6~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올해가 첫 회라 분위기를 장담은 못하지만 출연진의 면면을 보니 세련미가 넘실거린다. 그러니까 말랑말랑하면서도 포근하면서도 신선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 정도라 할까. 공연을 기획한 이종현 마스터플랜 대표는 “라디오프로그램 <유희열의 올댓뮤직>이나 <음악도시>같은 분위기”라는데 모르겠다. “그러니까 도시락 먹고 게임도 하면서 공연도 보는 거죠.”(이종현) 장르야 따지자면 포크, 록 등 다양한데 그게 그리 중요해 보이진 않는다. 윤상, 이승환, 이승열, 빅마마…. 이름값 나가는 가수들이 포진해있다. 광고·드라마 배경으로도 주름 잡는 음악가들 한묶음이 더 있다. 펩시 배경음악의 주인공 ‘클라우드 룸’, 아파트 광고 속 노래의 주인공 스페이스 켈리,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이한철,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더 멜로디’…. 유학중이라 콘서트 한번 보기 쉽지 않은 ‘루시드폴’,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와 김C 등이 결성한 밴드 ‘페퍼민트 클럽’…. 안타깝게도 짱짱한 면면답게 비싸다. 무려 4만4천~5만원이다. 그래도 따지면 남는 장사다. 이들이 두 세곡 부르고 들어가는 게 아니다. 단독공연과 비슷할 만큼 각각 1시간 남짓씩 무대에 오른다. 그중 한 공연 추천해 달라하니 이종현 대표 “특정 음악인 볼 생각 말고 그냥 쉬엄쉬엄 놀라”고 제안한다. 밴드들도 공연 끝난 뒤에 그럴 거란다. 레게 리듬 타는 밴드 ‘윈디시티’는 무대에서 내려온 뒤 잔디밭에 눌러앉아 북을 두드리며 놀 셈이다. 무대 밖 한 부스는 라디오 스튜디오처럼 꾸며 공연 끝낸 음악가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 틀어주고 이야기도 한다. www.mintpaper.com.
음악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