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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단순하게 더욱 단순하게

등록 2007-09-20 19:38

‘스모킹 루스’(왼쪽)를 단순화한 ‘담배를 든 루스’(오른쪽)
‘스모킹 루스’(왼쪽)를 단순화한 ‘담배를 든 루스’(오른쪽)
영국 팝아티스트 줄리언 오피의 40여점 두 개 화랑에

영국의 팝아티스트 줄리언 오피의 작품이 주렁주렁 걸렸다. 학고재(02-720-1524~6)에서는 19일부터 10월18일까지 ‘비트윈 더 라인스’라는 제목으로 이언 대븐포트,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의 작품과 함께 네 개의 연작과 엘시디 3점을 포함해 2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여숙 화랑(02-549-7575) 역시 비슷한 분량인 20여점을 ‘포스트 팝’이란 제목으로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과 함께 9월1일부터 10월28일까지 전시한다. 국제화랑(02-735-8449)에서도 내년초 줄리언 오피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오피 전시가 몰린 것은 일본에서 먼저 열린 오피 전시회가 국내 화랑 관계자들의 눈길을 잡아끌었기 때문. 함께 전시되는 작가들은 모두 영국의 진보 좌파성향 미술학교인 골드스미스 아트 스쿨 동창이다.

줄리언 오피의 작업은 사진을 스캔한 다음 컴퓨터로 생략과 단순화 과정을 거쳐 회화, 조각, 벽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로 출력하는 방식이다. 그의 작품은 기계로 뽑아낸 것처럼 일정한 두께의 선으로 표준화하면서 더욱 단순화하고 윤곽 안에 색을 맨질맨질하게 채워넣는 방식. 꼭 있어야 할 부분만 남기고 모듈화함으로써 형태나 색채의 변형을 통해 무한정 복제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시대의 상품 생산방식과 흡사하다. 이런 방식은 그가 2000년에 만들어준 동창생 팝밴드 ‘블러’의 음반재킷 디자인에 그 전형이 담겨 있다. 각 인물에서 최소한의 특징을 남기고 단순화하는데 눈동자만 콕 찍어 점으로 남긴 게 특징.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의 주인공은 친구나 동료, 세입자, 이웃집 소녀, 거리의 사람들 등 일상에서 늘 대하는 사람들. 루스, 수잔, 샤모자 등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 가운데에는 자기 자신도 포함돼 있다. ‘스모킹 루스’(위 왼쪽)가 중간 굵기의 선으로 동작의 변주를 준 표준형이라면 ‘담배를 든 루스’(위 오른쪽)는 이를 더 단순화해 굵은 먹선에 얼굴은 아예 동그라미만으로 치환해 버렸다. ‘워칭 수잔’ 연작, ‘디스 이스 샤모자’ 연작은 색깔도 생략해 픽토그램처럼 단순한 먹선만으로 인체의 모양을 구현하되 연속동작에 초점이 가 있다. ‘디스 이스 샤모자’는 폴 댄서가 춤 추면서 옷을 벗어가는 과정이다.

움직임에 대한 관심은 엘시디에 그대로 옮겨져 얼짱 몸짱처럼 그린 자화상 속의 줄리언은 숨쉴 때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초상 속의 친구는 눈썹과 입술 등을 움직이면서 표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스모킹 루스’ 엘시디 작품은 시계 추가 움직이는 모습과 담배 연기가 흘러가는 동작을 재현하고 있다. 물론 선과 색이 단순명쾌한 것은 회화와 공통.

학고재에 전시된 ‘침실 창으로 본 풍경’은 풍경에 적용된 단순화. 교과서 그림처럼 그린 교외풍경이 태양의 뜨고 짐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1분 동안 10여개의 장면으로 보여준다.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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