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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엉덩이 들썩이는 차진 리듬 예전 그대로

등록 2007-09-27 20:42수정 2007-09-28 13:55

데뷔 30년 ‘사랑과 평화’ 8번째 음반
데뷔 30년 ‘사랑과 평화’ 8번째 음반
데뷔 30년 ‘사랑과 평화’ 8번째 음반
대마초 파동으로 밴드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라진 1978년, 라디오에서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가 흘러나왔을 때 청중은 그야말로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고무줄을 늘였다 줄였다 튕기는 듯한 리듬에는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이미 몸을 꿰뚫는 흥이 넘쳤다. 이듬해, 하도 리듬이 차져서 노랫말이 “짜앙~밋 짜앙~밋 한~쏭이~”로 들리기도 하는 ‘장미’로 ‘사랑과 평화’는 흑인 음악의 펑키 리듬을 선보이며 전성기를 꽃 피웠다. 음악평론가 이용우씨는 “‘사랑과 평화’는 펑키한 록을 제대로 연주한 첫 번째 밴드이자 대마초 규제와 디스코 선풍을 견뎌내고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그룹 사운드 1세대”라고 평가한다.

그 충격적 음반과 함께 등장했던 사랑과 평화가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았다. 새 음반이자 여덟번째 음반인 <라이프 앤 피플>도 내놨다. 외국에야 장수그룹이 드물지 않지만 밴드들이 활동하기 열악한 국내 가요계에서 멤버가 바뀌어가면서도 한 세대 세월인 30년 동안 버텨온 그룹은 이들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펑키한 록을 한 세대 넘어 이어온 ‘전설의 이름’
실력파 연주자들의 고향…“쉽고 즐거운 게 좋아”

데뷔 당시 ‘사랑과 평화’는 결성 자체가 대중음악계의 전설이었다. 음악판에서 이름났던 실력파와 유망주들이 만남이었기 때문이었다. 초기 멤버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최이철은 미 8군 무대를 휩쓸며 록의 갖가지 장르를 섭렵해 “동물적 감각을 지닌 기타 신동”이란 말을 들었다. 베이스 이남이는 1988년 온몸을 비틀며 불렀던 ‘울고 싶어라’로 대중들에게 기억이 생생한 인물이다. ‘걸어 다니는 음악 지식 대백과사전’으로 불리는 김명곤은 ‘사랑과 평화’를 떠난 뒤에도 나미, 이문세, 신승훈 등의 인기곡을 만들어 대중음악계에 이름을 크게 새겼다. 이들을 모아 ‘드림팀’을 짜라고 부추겼고 인기곡을 여러곡 써준 인물이 바로 이장희다.

원년 멤버 가운데 지금까지 남은 사람은 ‘황색 제임스 브라운’이라 불릴 만한 보컬 이철호(55) 뿐이다. 결성 몇년 뒤 들어온 이승수(44·베이스)와 송기영(43·기타)이 20여년째 활동하며 그룹을 이어왔다. 홍현민(39·키보드), 정재욱(26·드럼)은 1~3년차다. 멤버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른데 이번 음반은 원년 ‘사랑과 평화’를 닮았다. 단순한 노랫말과 멜로디는 끈적거리는 리듬을 타고 질박한 흥을 끌어낸다. 아무 생각 없이 발 끝을 까딱까딱 하다가 어깨를 들썩들썩 하더니 결국 일어나 엉덩이를 실룩거리게 하는 그런 리듬이다. “그게 우리한테 제일 맞는 거 같더라고. 음악이 쉽고 즐거워야지.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단순해진다니까.”(이철호) 별로 늙은 것 같진 않다. 노래 한곡 해달고 했더니 이철호는 곰팡이 냄새 풀풀 나는 지하 연습실에서 마이크대를 던졌다 잡으며 폴짝폴짝 뛰었다.

문어 빨판 같이 당기는 리듬이 이어지더니 랩도 나오는데 이물감이 없다.(‘즐겁고 신나게’) “우리가 하는 음악은 힙합하고 사실 뿌리가 같아. 홍대 클럽에서 솔이나 펑키한 외국곡 연주를 많이 하는데 반응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이철호) 색깔이 튀는 재즈 풍의 곡도 끼어있다.(‘내곁에 남아줘’~) 아니나 다를까 ‘봄여름가을겨울’의 장기호가 매만진 곡이라고 한다. 그도 박성식 등과 함께 ‘사랑과 평화’에 몸 담았었다. 그때 내놓았던 곡이 ‘샴푸의 요정’이다.


장기호·박성식 뿐이겠나. 베이스 주자 송홍섭부터 김광민, 한상원, 정원영….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내로라하는 연주자들이 ‘사랑과 평화’를 거쳤다. ‘사랑과 평화’는 결성 때부터 당대의 연주자들이 뭉쳤다 흐르는 여울목이었다. 이철호도 초기에 활동한 뒤 탈퇴했다 1989년께 합류했다. 멤버들이 들락날락할 때마다 ‘사랑과 평화’는 자잘한 고비를 넘겼다. 버팀목 최이철이 1999년 다른 음악 색깔을 추구하며 팀을 탈퇴했을 때는 이름을 바꿔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난해엔 드럼 이병일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래도 ‘사랑과 평화’는 음악하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지키고픈 ‘전설의 이름’이다. 베이스주자 이승수는 “중학생 때 ‘사랑과 평화’의 노래를 듣고 음악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내게는 ‘사랑과 평화’에 대한 애정이 곧 음악에 대한 애정”이라고 말했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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