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풀생활사박물관서 유퓸전
사색과 독서의 계절 10월. 문인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전시 두 건이 독자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 ‘신동엽의 노트를 열다’ 전= 〈껍데기는 가라〉와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의 민족 시인 신동엽(1930~69)의 육필원고와 옷, 파이프, 사진 자료 등을 만날 수 있다. 시인의 부인 인병선씨가 관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짚풀생활사박물관 전시실에서 1일 개막해 다음달 4일까지 한 달 남짓 전시된다. 〈껍데기는 가라〉와 장편서사시 〈금강〉 육필원고, 취재 및 시작 노트, 연애 시절 ‘석림’과 ‘추경’이라는 애칭으로 주고받은 신동엽과 인병선씨의 편지와 엽서, 신문 기사와 광고 등이 나온다. 생전에 시인이 입었던 옷과 담배 파이프, 주민등록증을 비롯한 각종 신분증, 학생증과 강의안, 교사 시절 교무수첩, 시집 〈아사녀〉 표지 활판 등 다채로운 자료가 곁들여진다.
시인의 유품을 보존해 온 부인 인병선씨는 “신동엽의 시가 교과서에도 실려 있기 때문에 학생 독자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라며 “신동엽문학관이 내년 상반기쯤 시인의 고향인 충남 부여에 완공되면 관련 자료들은 모두 문학관으로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02)743-8787~9.
■ ‘문인들의 일상 탐색-특수자료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02-379-3182)이 마련한 기획전은 문인들의 일상 용품에 눈을 돌렸다. 원고청탁서와 고료 영수증, 출판계약서처럼 문인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법한 서류들에서부터 찻잔과 주전자, 장바구니, 지팡이, 달력 같은 친근한 사물들이 두루 망라되었다. 정비석이 최일남씨의 결혼에 즈음해 보낸 50년대 부조내역서, 조병화가 이어령씨 결혼식에서 낭독한 축시 원고 등이 보이는 가운데, 판화가 오윤이 부친인 소설가 오영수의 얼굴을 뜬 데스마스크가 눈길을 끈다.
강인숙 관장은 “문인들이라고 하루 스물네 시간을 글만 쓰고 있지는 않으며 그들 역시 일반인들과 똑같이 먹고 마시고 숨 쉬는 보통 사람들이라는 점을 이번 전시에서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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