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판에 그려낸 나무들
이승연 교수 정년퇴임전
그림을 종이에만 그리란 법이 있는가. 국내 유일의 ‘흙판 화가’ 이승연 교수(66·한양여대 일러스트레이션과)가 정년퇴임전 ‘흙에 그리다’ 전시회를 연다. 3일부터 9일까지 목인갤러리(02-722-5066).
이 교수의 흙판그림은 상감 또는 긁어내기 방식. 도토 혹은 조합토 반죽을 1cm 두께로 편 다음 그 위에 그리려는 형상의 선을 따라 흙을 파낸 뒤 그 자리를 흑토, 또는 백토를 채워넣는 방식(상감)이거나, 흑토 또는 백토를 얇게 도포한 뒤 긁어내는 식으로 형상을 그렸다.
그림의 소재는 나무다. ‘나무만 잘 그리면 된다’고 할 정도로 동양화에서의 나무는 작가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대상. 게다가 화가가 택한 나무는 잎 없는 겨울나무 또는 침엽의 소나무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나무가 좋아졌다고 말한다. 나무에서 읽어낸 무위자연의 이미지와 나이듦에서 얻어진 ‘손 가는 대로’의 작업이 일치한다는 이야기. 그 탓일까. 자연 모노크롬’인 초벌구이 흙빛과 자연스런 나무의 형상이 어긋남 없이 자연스럽다.
애초 소나무만 그리려 했지만 공교롭게도 1100도로 구우면서 바늘잎 부분의 칼집이 갈라져 실패하면서 나목 작품이 훨씬 많아졌다는 전언.
흙판그림의 크기는 대개 1㎝ 두께에 40×50㎝ 내외. 흙판이 일정한 넓이를 초과하면 터지게 마련. 80년대초부터 시작된 흙판그림은 작은 타일 크기로 시작해 점점 커졌다. 30×30cm에 이르렀을 때 도자기를 하는 쪽에서는 더 이상 키우는 것은 무리라며 이어붙이기식을 권했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크기를 구현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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