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피의 결혼'
스페인 전통 춤 플라멩코와 장고, 가야금, 해금,피리 등이 만들어내는 한국 전통 장단의 만남.
연희단거리패가 이질적일 것 같은 두 요소를 한 데 버무린 화려한 신작으로 가을 연극 무대를 채운다.
3-28일 정동극장에서 '피의 결혼'(역 김정숙, 이윤택ㆍ연출 이윤택)을 선보이는 것.
스페인이 낳은 천재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원작을 '문화 게릴라' 이윤택이 스페인 플라멩코와 농경 문화의 신명이 담긴 한국적 장단을 입혀 새롭게 풀어냈다.
연극은 결혼 첫날밤 신부가 옛 애인과 도주하자 신랑이 이들을 추적하고, 이들 사이에 피의 결투가 벌어진다는 단순한 줄거리의 살인 치정극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내란과 폭력으로 덧없이 희생되는 스페인 남성들과 홀로 집을 지키며 아이들을 키우는 스페인 여성들의 한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들의 한은 떠돌이 집시의 비애가 서린 플라멩코의 춤과 노래로 표현된다. 배우들은 우수 어린 몸짓으로 한을 폭발시킨다.
이런 몸짓을 뒷받침하는 것은 한국 전통 장단. 장고, 가야금, 해금, 피리, 생황으로 이뤄진 전통 장단은 기타와 아코디언의 플라멩코 반주와 조화를 이뤄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넘실대며 극을 이끌어간다.
무대를 지배하는 붉은 색과 흰 색의 대비가 극의 강렬한 느낌을 더한다.
김소희, 김미숙 등 연희단거리패 대표 배우들이 출연하고, 음악은 작곡가 원일, 안무는 현대 무용가 차진엽이 맡았다.
평일 8시, 토ㆍ일 7시30분. 2-3만원. ☎02-751-1500.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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