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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리뷰] 자연스러운 몸짓이 주는 편안함

등록 2007-10-04 21:22

몬트리올 재즈 발레단의 ‘MAPA’와 ‘자크의 방’
몬트리올 재즈 발레단의 ‘MAPA’와 ‘자크의 방’
몬트리올 재즈 발레단의 ‘MAPA’와 ‘자크의 방’
요즘 공연장에 가려면 으레 긴장을 하게 된다. 평온하고 안락해야 할 여가 시간이 돌연 학습 혹은 노동의 시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점점 똑똑해 지고 있는 오늘날의 예술을 더 잘 즐기기 위해서다. 그러는 동안 가슴의 울림이나 새로운 차원의 발견을 경험했다면 그 어려움도 의미는 있으리라. 하지만 충분한 사전 지식을 확보하고도, 작가와의 대화를 마치고도 작품이 단지 너무나 멀고도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면 관객은 그 기회비용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할까?

캐나다에서 온 몬트리올 재즈 발레단은 일단 관객의 이러한 걱정으로부터 자유롭다. 서로 뚜렷이 다른 경향을 지니는 두 안무가 로드리고 페데네이라스와 아주어 바튼의 설계로 ‘춤을 잘 추는’ 무용수들의 자유로운 몸놀림은 풍부한 멜로디와 리듬을 지닌 음악과 정교하게 결합하고 있었다. 마파(MAPA)의 로드리고 페데네이라스는 쉴새 없는 움직임만으로 감상하는 이들을 어떻게 충족시켜 줄지 알고 있었다. 뚜렷한 이야기나 도구 없이도 빠르고 정교하여 생생하게 움직이는 사람의 몸은 충분히 경이로웠다.

한편 아주어 바튼의 〈자크의 방>(Les Chambres des Jacques·사진)은 하나하나 각으로 쳐낸 조명 아래서 무용수들의 개성이 숨김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만의 드라마(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면서 시시각각 거침없이 교차한다. 게다가 원색으로 각인되는 조명은 이들의 춤을 훨씬 편하게 이해시켜 준다. 몬트리올 재즈 발레단은 분명히, 춤추지 않는 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지금의 실험성보다는 음악과 빛의 (상식적) 활용, 몸의 속도와 형태를 택하고 있었다.

〈마파〉와 〈자크의 방〉은 지난주말, 관객이 소화할 숙제가 많았던 문제작인 미셸 누아레의 〈백색의 방〉을 아직 상기하고 있는 관객도, 앞으로 남은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화제의 작품들 〈두 개의 시선〉, 〈지상의 모든 금을 위해〉을 설레며 기다리고 있는 관객도 마음껏 박수 칠 수 있는 공연이었다. 그들이 무대를 유영하는 내내 복잡한 머릿속은 서서히 시원해지고 있었다.

이진아/문화칼럼니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강사

wallbreak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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