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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혜화동1번지’ 연극, 관객 깨운다

등록 2007-10-04 21:26

상사몽 연습장면
상사몽 연습장면
국내 유일 연출가모임 동인들, 이달 7인7색 실험성 강한 무대 선보여
올 가을 연극이 부활하고 있다. 한동안 뮤지컬과 비보이 공연, 각종 퍼포먼스 등이 인기를 모으면서 공연예술의 주류 자리를 내주며 밀린 듯했던 연극이 다시 새롭게 활력을 보이고 있다.

연극 부활의 중심에는 국내 유일의 연출가 집단인 ‘혜화동1번지’ 1~4기 출신들이 버티고 있다. 30대 신예부터 50대 중견까지 아우르는 이들 연출가들은 최근 잇따라 문제작을 선보이며 상업극에 식상해 있는 관객들을 다시 연극판으로 불러모으려 한다.

위부터 오픈커플, 유령을 기다리며, 천년전쟁
위부터 오픈커플, 유령을 기다리며, 천년전쟁
혜화동1번지는 1994년부터 상업성에서 벗어나는 한편 연극의 고정관념을 탈피해 개성 강한 실험작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온 연출가 집단이다. 90년대 연극계 화제의 중심이었던 이 동인그룹은 최근 다시 작가주의로 무장하고 연극계에서 두드러지는 활동을 보이고 있다. 10월 한달에만 이들이 올리는 작품이 무려 7편에 이른다. 저마다 독자적인 극단을 이끌고 있는 이들인 만큼 각기 개성있는 작품들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맏형격인 1기 동인 이윤택(55·서울예술단 대표감독)씨와 채승훈(52·극단 창파 대표)씨는 나란히 <피의 결혼>(28일까지 정동극장)과 <더러운 손>(10~14일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을 선보인다. 영화 <왕의 남자>의 뮤지컬 버전 <공길전>으로 최근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윤택씨의 신작 <피의 결혼>(연희단패거리)은 가르시아 로르카의 원작을 바탕으로 스페인 유랑 집시들의 플라멩코와 남도소리가 만나는 새로운 실험이다.

채승훈씨의 <더러운 손>은 국내에서 가장 역사가 긴 극단 신협의 60년 기념공연 첫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 사이의 정치 투쟁을 다룬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소설가 장 폴 사르트르 원작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혜화동1번지 2기 동인 이성열(45·극단 백수광부 대표)씨는 <오픈커플>(11월25일까지 열린극장)의 연출을 맡았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다리오 포와 페미니즘 운동가인 그의 아내 프랑카 라메가 공동 집필한 2인극으로, 이호성-박리디아, 류태호-이항나 커플이 삐걱거리고 엇나가는 이 시대 부부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피의결혼
피의결혼
역시 2기인 김광보(43·극단 청우 대표)씨도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끝내고 연극판으로 돌아와 페르난도 아라발의 원작 <천년전쟁>(4~14일, 학전블루)을 무대에 올린다. 무한 권력을 갖게 된 문화와 그 속에서 파생되었으나 문화의 해체를 노리는 반문화를 어린아이의 눈으로 풀어낸다. <인류최초의 키스>부터 김씨와 콤비를 이뤘던 작가 고연옥씨가 번안·각색했다.

3기 동인들 가운데에선 이해제(36·극단 신기루만화경 상임연출가)씨와 양정웅(39·극단 여행자 대표)씨가 올 가을에 동시에 작품을 올린다. 이씨가 스크린과 무대를 오가며 개성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 오달수씨를 주연으로 내세운 <코끼리와 나>(2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는 요즘 연극계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새로운 스타 연출가로 떠오른 양씨는 직접 대본을 쓰고 연출한 신작 <상사몽>(4~14일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을 무대에 올린다. 고전소설 <운영전>을 모티브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비극적인 욕망을 고어체의 시적 대사와 몽환적인 이미지로 풀어낸다.


막내 4기 동인 김재엽(34·극단 드림플레이 대표)씨는 <유령을 기다리며>(9~28일 한양레퍼토리씨어터)로 선배들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셰익스피어 비극 <햄릿>의 인물을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틀에 절묘하게 녹여 2005년 거창국제연극제에서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던 작품이다. 재치 넘치는 언어적인 유희와 합창, 마술, 자이브 댄스 등이 섞여 부조리극을 새로운 무대언어로 실험한다.

연극평론가 김명화씨는 “혜화동1번지 동인들은 상업성과 기성 연극의 문법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예술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연극집단”이라며 “최근 작품들을 보면 현실풍자적이고 실험적이던 경향이 예년보다는 다소 부드러워졌지만 끊임없이 관객과의 소통과 교감을 시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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