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사진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공간을 구성해 보는 놀이
젊은 비디오아티스트 6인의 ‘채널 1’전
블루칩 작가 위주로 전시하던 갤러리현대에서 젊은 비디오 아티스트들에게 파격적으로 전관을 내줬다. 30대 6명의 작품을 ‘채널 1’이란 제목으로 21일까지 전시한다.
이들 작품은 싱글비디오채널인 게 특징. 싱글비디오채널이란 비디오아트를 구성하는 3요소, 즉 소스-플레이어-단말기(모니터, 프로젝터)가 각각 하나로만 구성된 것으로, 196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저출력 방송이다. 매스미디어인 텔레비전의 위력 또는 폐해에 대항해서 기존 텔레비전의 기술과 형식의 장점을 취하면서 상업적 영상문화와 다른 언어로 매스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우리의 싱글비디오채널 작품화는 텔레비전이 안방을 휘어잡은 뒤인데다 영상기술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뒤인 탓에 작가들의 관심은 정치사회적인 비판보다는 작가 개인의 표현을 위한 실험으로 쏠렸다는 평가다. 전시된 작품에서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놀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그런 탓이다. 이진준의 ‘불면증’이 대표적인 예. 밤낮이 바뀌어 고생하던 때 만든 것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블라인드의 모양변화를 연속촬영하고 효과음으로 넣었다. 안팎 경계에 존재하는 블라인드가 일렁이면서 만들어내는 겹침과 음영의 변화는 외부의 충격으로 만들어지는 내면의 변화를 반영한다. 박준범, 류호열도 한통속 ‘혼자서도 잘해요’과. 박씨는 진동계측장치 위에 마커펜, 테이프, 풀 등 문구류를 세우고 어느 것이 더 충격을 견디는지 토너먼트를 시킨다든가(‘충격흡수장치’), 빈 공간을 찍은 사진에다 각종 진열장, 상품 사진을 뗐다 붙였다 하면서 공간을 구성해 보는 놀이(왼쪽)를 한다. 류씨가 만든 컴퓨터 그래픽의 세계에서는 보잉747 여객기로 에어쇼(오른쪽)를 한다.
신기운은 아이팟, 탁상시계, 동전 등을 그라인더로 갈아 없애는 엽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엽기 넘어 소리나 게임, 시간, 권위가 환영에 지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걸출한 백남준 탓에 ‘비디오아트=비디오조각’의 등식에 익숙한 관객에게 ‘텔레비전의 폭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초기 비디오아트의 정신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보잉747 여객기로 에어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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