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왼쪽)과 조성진 예술감독. 혜안과 뚝심으로 문화의 터전을 일궈가는 명콤비다.
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조성진 예술감독
3번째 자체제작 작품 공연중
“극장 나서야 제대로 만든다”
간섭 배제·이탈리아 편식 벗기 마당발의 공무원 출신 사장과 평생 오페라만 파고든 외곬 연출가. 성남아트센터 이종덕(72) 사장과 조성진(60) 예술감독은 언뜻 보아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그런데도 지난 10여 년 동안 명콤비로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회관을 거쳐 성남아트센터에 이르기까지, 직함은 변함없이 사장-예술감독이다. 둘의 연결고리는 오페라였다. 예술의전당 시절 국내 최초의 극장 자체 제작으로 오페라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옮겨다니는 극장마다 오페라 자체 제작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14일까지 공연하는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성남아트센터의 세번째 자체 제작 오페라다. 2005년에 문을 연 이후 해마다 한 편의 오페라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오페라단이라는 게 사실 인맥으로 이뤄지거든요. 우리가 그걸 깨고 자체 제작을 하겠다고 하니까 기성 오페라단들이 난리가 났어요. 오디션을 하는데 참여를 안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싹 사라졌죠.”(이종덕) 자체제작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대와 제작 인력을 갖고 있는 극장이 나서야 제대로 된 오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민간 오페라단은 한계가 있어요. 기업 협찬에 의존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어느 호텔 사장 딸을 무대에 세워야 하는 경우도 있죠. 공연을 철저히 상품으로 보고 일체의 간섭을 배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들이 보러 오죠.”(조성진)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수많은 성악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것, 이태리 오페라 편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도 자체 제작을 고수하는 이유다. 조 감독은 “〈낙소스…〉의 연출가가 독일인인데, 독일어로 연기 지도를 해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이 많다”며 “우리 오페라의 층이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이 사장이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한 1995년. 그 전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이 사장은 조 감독의 예술가적 기질을 높이 샀고, 조 감독은 믿고 맡겨주는 이 사장의 듬직한 그늘이 좋았다. 극장을 옮기면서까지 붙어다니니 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사장이 세종문화회관 임기를 마치고 공연계를 떠나있을 때, 조 감독은 “백수생활을 했다”. “사장님이나 되니까 저를 데리고 있지, 제가 좀 다루기 힘든 사람거든요.”(조성진) “같이 다니면 제가 더 힘들어요. 사람이 냉랭해요. 타협을 잘 못하고. 둘만 있을 때는 제가 야단을 치기도 합니다.”(이종덕) 성남아트센터는 오는 14일 개관 2주년을 맞는다. 독창적이고 품격 있는 프로그램으로 서울의 관객들도 찾아가는 극장으로 자리잡은 성남아트센터. 그 배후에는 두 노익장의 관포지교가 있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성남아트센터 제공
“극장 나서야 제대로 만든다”
간섭 배제·이탈리아 편식 벗기 마당발의 공무원 출신 사장과 평생 오페라만 파고든 외곬 연출가. 성남아트센터 이종덕(72) 사장과 조성진(60) 예술감독은 언뜻 보아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그런데도 지난 10여 년 동안 명콤비로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회관을 거쳐 성남아트센터에 이르기까지, 직함은 변함없이 사장-예술감독이다. 둘의 연결고리는 오페라였다. 예술의전당 시절 국내 최초의 극장 자체 제작으로 오페라 〈마술피리〉를 무대에 올린 데 이어, 옮겨다니는 극장마다 오페라 자체 제작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14일까지 공연하는 오페라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는 성남아트센터의 세번째 자체 제작 오페라다. 2005년에 문을 연 이후 해마다 한 편의 오페라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오페라단이라는 게 사실 인맥으로 이뤄지거든요. 우리가 그걸 깨고 자체 제작을 하겠다고 하니까 기성 오페라단들이 난리가 났어요. 오디션을 하는데 참여를 안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게 싹 사라졌죠.”(이종덕) 자체제작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대와 제작 인력을 갖고 있는 극장이 나서야 제대로 된 오페라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민간 오페라단은 한계가 있어요. 기업 협찬에 의존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어느 호텔 사장 딸을 무대에 세워야 하는 경우도 있죠. 공연을 철저히 상품으로 보고 일체의 간섭을 배제해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들이 보러 오죠.”(조성진)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수많은 성악가들에게 무대를 제공하는 것, 이태리 오페라 편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것도 자체 제작을 고수하는 이유다. 조 감독은 “〈낙소스…〉의 연출가가 독일인인데, 독일어로 연기 지도를 해도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이 많다”며 “우리 오페라의 층이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둘이 처음 만난 것은 이 사장이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취임한 1995년. 그 전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이 사장은 조 감독의 예술가적 기질을 높이 샀고, 조 감독은 믿고 맡겨주는 이 사장의 듬직한 그늘이 좋았다. 극장을 옮기면서까지 붙어다니니 시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사장이 세종문화회관 임기를 마치고 공연계를 떠나있을 때, 조 감독은 “백수생활을 했다”. “사장님이나 되니까 저를 데리고 있지, 제가 좀 다루기 힘든 사람거든요.”(조성진) “같이 다니면 제가 더 힘들어요. 사람이 냉랭해요. 타협을 잘 못하고. 둘만 있을 때는 제가 야단을 치기도 합니다.”(이종덕) 성남아트센터는 오는 14일 개관 2주년을 맞는다. 독창적이고 품격 있는 프로그램으로 서울의 관객들도 찾아가는 극장으로 자리잡은 성남아트센터. 그 배후에는 두 노익장의 관포지교가 있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성남아트센터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