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의자, 네 자태 오롯하다

등록 2007-10-12 11:03수정 2007-10-12 12:00

베르네르 판톤
베르네르 판톤
인체 무게와 앉음새 고려한 ‘과학’
때·장소·앉는 이에 따라 각양각색
“의자의 역사는 디자인의 역사”
#1. 전시 이해를 위한 ‘의자 이야기’

우리 몸의 자세는 눕거나, 앉거나, 서거나 셋 중 하나다. 자세는 셋인데 이들을 위한 가구는 두 가지다. 가구의 붙박이성과 몸의 움직성이 겹치는 부분에 존재하는 것이 침대와 의자다. 침대는 중력의 요구에 순응해 바닥에 뉜 몸을 위한 가구로 매트와 받침의 조합이다. 매트는 배기지 않도록 몸의 굴곡을 어느 정도 반영하면 그뿐 역학적으로 아주 단순한 구조다. 반면 의자는 그 용도인 앉음이 섬과 누움의 중간이라는 점에서 복잡함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 의자의 조건=의자는 서 있다가 앉는 몸의 안착점이고, 앉았다가 서는 몸의 출발점이다. 또 좀이 쑤시는 엉덩이가 10~15분에 한 차례씩 무게중심을 비틀어대는 무대다. 의자는 단순히 몸무게를 지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운동성을 가진 유기체를 지탱해야 하는 구조이어야 한다. 또 의자는 앉음새의 복잡함, 즉 ㄹ에서 위아래 획을 떼어낸 불안한 몸의 꼴을 지탱해야 한다. 수평으로는 엉덩이의 묵직함을, 수직으로는 등의 건들거림을 받쳐줘야 한다. 또 팔다리는 자유롭되 부산한 손은 때로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용자 인간이 사회활동을 하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함께 고려할 점은 의자에서는 쉬거나 먹거나 읽거나 기다리거나 업무를 보거나 하면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고, 사용자는 남녀·노소·빈부·고하 등 사회적 지위와 취향이 다르다는 거다. 다시 말해 의자는 놓이는 공간에 따라 모양과 구조가 달라야 한다.

찰스 앤 레이 임스의 임신부용 의자
찰스 앤 레이 임스의 임신부용 의자
■ 의자의 기본구조=어쨌거나 의자는 앉음새용. 늘어뜨려진 발바닥이 지면에 닿을 정도의 높이에 두 가지 힘점, 곧 엉덩이를 지탱할 깔판과 간간이 등을 받쳐줄 등받이를 연결한 구조물이다. 골조는 몸무게를 지탱하는 동시에 비틀림을 견뎌야 하고, 신체와 접촉하는 깔개·등받이·손걸이는 적당한 쿠션과 보온성을 지녀야 한다. 등받이와 깔판의 연결 부위는 부단히 움직이는 윗몸의 부산함을 견딜 정도의 탄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의자는 서로 다른 용도와 성질의 재료, 즉 안정적인 구조의 철골구조와 인체와 접촉하는 편편한 목재·가죽 따위를 연결하여 앉았을 때 불편하지 않아야 하며, 움직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의자의 요체는 연결이다.

■ 디자이너와 의자=의자 디자이너는 건축가였다. 의자 디자인에는 인체공학·역학·재료공학 등 건축가적인 역량이 필요하거니와 의자는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의 일부분으로 쳤기 때문이다. 예컨대 알바르 알토의 파이미오 체어는 결핵요양원 설계의 일부로서 호흡이 어려운 환자용으로 만든 것이고,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을 설계했던 프랭크 게리는 마분지로 저가 의자를 만들었지만 건축가로서의 명성에 흠이 갈까 봐 석 달 뒤에 손을 뗐다. 스틸과 알루미늄을 이용한 현대적인 코르뷔지에 의자들은 여자 조수였던 샤를로트 페리앙이 설계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또 의자의 진화는 건축과 기술의 발전과 행보를 같이하며 의자에는 당대 사회의 요구와 관심사가 오롯이 반영돼 있다. 철·합판·합성수지 등 새로운 재료가 나올 때마다 의자에 반영되며 규격화·단순화·경량화 등을 통한 대량생산을 모색했던 것. 그래서 “의자의 역사는 디자인의 역사다”라고까지 말한다.

마리아 페르게
마리아 페르게

#2. ‘나의 첫번째 의자’전

디자이너 10인의 명품 100점 전시

의자로 본 ‘20세기 사회문화사’

필립 스탁
필립 스탁

서미앤투스 갤러리(02-511-7305)에서는 이달 말까지 ‘나의 첫번째 의자’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회에는 20세기 초부터 지금까지 세계적인 디자이너 10여명의 디자인 걸작 의자 100여점이 전시된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마크 뉴슨, 군수품인 합판을 처음으로 활용한 찰스 앤 레이 임스, 동양적인 목공기법을 응용한 조지 나카시마, 대량생산에 겹쳐쌓기가 가능한 장 프루베, 철을 가구에 채용한 샤를로트 페리앙, 폴리프로필렌으로 다리가 셋인 필립 스탁, 사각형 합판만으로 조합한 도널드 주드, 도시적인 세련미의 조 폰티, 간단명료한 오피스 암체어인 프로벤 패브리셔스, 플라스틱 주물의 값싼(물론 당시에만!) 베르네르 판톤, 자작나무와 등나무를 이용한 마르셀 브로이어, 깔판과 등판이 개미허리처럼 이어진 아르네 야콥센, 아버지를 위한 안락의자 한스 웨그너 등. 갤러리 쪽은 회화·조각뿐 아니라 이제는 의자도 오브제로서 수집할 만하다고 말한다.

■ 의자들의 특징=당대에는 소박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뛰어난 기능성과 심미성으로 명품의 반열에 오른 것들이다. 용도에 따라 거실·카페·라운지·사무실 등의 버전이 다양하며, 어린이용도 눈에 띈다. 철골-깔판, 깔판-등판의 연결 부위를 살펴보면 디자이너의 고민과 해결책이 보이고, 재질의 변화를 주목해 보면 시대의 선후를 짚어볼 수 있다. 디자이너의 사회적·미학적 배경과 자신의 성품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성 지배적인 디자이너 사회를 반영하듯 의자들이 남녀용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가운데 아버지의 권위를 반영한 한스 웨그너의 파파베어 체어가 눈길을 끈다. 여성용은 찰스 앤 레이 임스 부부가 임신한 여성 사원들에게 지급한 비매품 흔들의자가 유일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알바르 알토
알바르 알토

프랭크 게리
프랭크 게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