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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인디밴드 1세대 ‘극과 극’

등록 2007-10-14 21:35수정 2007-10-14 21:40

허크베리핀
허크베리핀
나란히 새음반 낸 허크베리핀·노브레인
최근 거의 같은 시기에 새 앨범을 낸 밴드 허클베리핀과 노브레인은 인디 음악이 진화할 수 있는 두 갈래 길을 보여준다. 대중성이냐 작품성이냐. 1996년에 결성한 노브레인이 폭넓은 대중성으로 스타 밴드가 되었다면, 1997년에 결성한 허클베리핀은 높은 작품성으로 열광적인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인디 음악 1세대의 대표 주자인 두 밴드의 새 앨범을 통해 인디음악계의 현재를 돌아본다.

‘작품성’으로 압도하거나 ‘대중성’으로 다가가거나

■ 허클베리핀 4집 <환상…나의 환멸>?

허클베리핀의 리더이자 작곡가인 이기용(33)은 평단과 음반 관계자들로부터 최고의 작곡·작사가로 평가받는다. 평론가 박준흠씨는 “신중현, 한대수로부터 시작한 한국 싱어 송 라이터 계보의 현주소”라고 극찬한다.

이번에 발표한 4집 <환상...나의 환멸>은 이미 데뷔 앨범을 능가하는 역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서정성으로 기울었던 2, 3집과 달리 록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현악기를 배제하고 기타와 신디사이저, 드럼과 베이스를 중심으로 짰다. 거의 전곡에 걸쳐 나타나는 기타 리프(짧은 구절이 반복되는 멜로디)는 어려울 것만 같은 허클베리핀의 음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입문서’ 같은 구실을 한다. 듣다보면 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음울하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의 보컬 이소영(30)은 한층 성숙해졌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듯 모를듯한 중성적인 목소리는 타협을 거부하는 허클베리핀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함축적이며 은유적인 노랫말은 여전하다. 국내 밴드로는 드물게 지식인 팬을 몰고다니는 데는 시적인 가사가 큰 몫을 한다. ‘내달리는 사람들’은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밤이 걸어간다’는 홍대 앞의 밤 풍경을 노래한다. “중동지역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는 억압적인 행위에 분노가 치밀어”(이기용) 만들었다는 ‘낯선 두형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뜻하고, ‘휘파람’은 북녘의 동포들에게 전하는 안부 인사다.

이기용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기타를 처음 들었다. “세광출판사에서 나온 노래책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독학으로 기타를 배웠다. 영문학을 전공했고, 25살에야 밴드를 시작했다. 이기용은 “늦게 시작해서 그런지, 오히려 더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인디로 살기 위한 ‘물적 토대’를 만들려고 홍대 앞에 ‘빠샤’라는 술집을 냈다.

노브레인
노브레인
■ 노브레인 5집 <그것이 젊음>

노브레인의 노래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노랫말은 쉽고 단순하다. 5집 <그것이 젊음>에서는 이런 성격이 더 강해졌다. 영화 <라디오스타>의 ‘넌 내게 반했어’처럼 쉽고 따라부르기 좋은 노래들이 즐비하다. 타이틀곡인 ‘그것이 젊음’이 대표적이다.

“때론 부딪혀봐, 때론 울어도봐 그것이 젊음, 거침없이 제껴봐/때론 부딪혀봐, 때론 울어도봐 그것이 젊음이기에”

박력있는 리듬과 사운드에 맞춰,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를 따라 하다보면 청중은 행복감에 젖는다. 노브레인이 대형 라이브 공연의 단골 출연자로 인기를 끄는 이유다. 노브레인의 대중성은 이렇게 획득된다. ‘메이크 잇 빅’ ‘컴 온! 컴 온! 마산 스트리트여!’ ‘한밤의 뮤직’ ‘탈옥’ ‘내일로 내일로’ ‘고마워 친구’ 등도 쉽게 친해지는 노래다.

노브레인의 대중성을 ‘변절’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2집까지 함께 활동하며 음악적 리더 구실을 했던 기타리스트 차승우가 탈퇴한 이후, 모든 기성 질서에 저항하는 펑크 밴드의 지향을 잃었다는 비판이다.

밴드 리더 이성우(31)는 당당하다. “그런 얘기 들어도 상관없어요. 펑크 정신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 건지 모르겠어요. 어릴 때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는데, 커서 먹으면 그 맛을 못느끼는 경우가 있잖아요.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계속 바뀌는데, 자신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어요. 기대치에 부응하려고 연기하는 게 싫었죠. 오히려 뒤통수를 치고 싶었어요.”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기대에 역행하려고 하는 노브레인의 이런 반응이 오히려 더 펑크에 가까운 듯하다. 아무튼 노브레인은 “인디 음악에 대한 대중 일반의 이해를 확장시키는데 공헌한 바가 크다”며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가수상’을 탔다. 그들의 노래에 깊이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디 음악계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음악적 지향이나 장르는 다르지만, 허클베리핀과 노브레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홍대 앞’이라는 시·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이 활동했던 지난 10여년 동안 인디 음반의 발매량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한해 250장 가량의 인디레이블 음반이 쏟아져 나온다. 양이 곧 질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다양해졌다는 지표로 읽힌다.

예나 지금이나 인디의 숙제는 홍보와 유통이다. 1년씩 땀을 흘려 음반을 내놓아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음반업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계’ 문제가 인디에서는 발생한다. 무슨 뾰족한 수가 따로 있으랴. 미디어의 공정한 관심과 귀밝은 청중을 기다릴 수밖에.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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