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 김주원(춘향역)과 김현웅(몽룡역)이 발레 춘향 중에 2무를 연습하고 있는 모습.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복원해 31일부터 국내 무대에
20세기 초 가장 혁신적인 안무가로 불리웠던 미하일 포킨(1880~1942)이 지난 1936년에 한국의 대표적인 고전 <춘향전>을 소재로 만든 발레 <사랑의 시련>이 71년 만에 복원돼 한국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다.
국립발레단 박인자 예술감독은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1900년대 초 유럽 등지에서 떠돌던 <사랑의 시련>의 복원작업이 끝나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제120회 정기공연에서 발레 <춘향>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발레단의 <춘향>은 원작 <사랑의 시련>의 기본 줄거리와 안무는 그대로 가져오되 임일진 무대미술 감독과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가 참여해 1936년 공연 당시 중국풍으로 소개된 무대와 의상은 한국적으로 다듬는 등 우리 정서가 담긴 작품으로 재탄생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포킨 재단쪽에 무대와 의상을 우리나라식으로 하겠다고 제안해 허락을 받았다”며 “춤 동작도 중국풍이 강하지만 어쩔 수 없이 포킨의 안무를 그대로 수용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춘향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사랑의 시련>은 미하일 포킨이 우리의 고전 <춘향전>을 소재로 ‘고전발레의 전통 속에서 혁신을 주장한’ 그의 독특한 안무와 모차르트 음악을 사용해 발레작품으로 만들어 1936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의해 초연됐다. 이 작품은 1960년대까지 유럽에서 공연되었으며, 지난해 말 <춘향전>을 소재로 한 것이라는 문헌자료가 발견되면서 국립발레단이 복원작업에 들어갔다.
포킨의 <사랑의 시련>은 줄거리가 <춘향전>과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작품의 배경과 등장인물도 중국식이다. 춘향의 어머니인 월매 대신 딸을 이용해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아버지 ‘만다린’이 등장하고, 몽룡은 양반가의 자제가 아닌 이름없는 가난뱅이로 등장한다. 또한 변사또는 돈 많은 ‘외교관’으로 바뀐다.
박 단장은 “포킨의 <사랑의 시련>은 동화적이면서도 코믹하고 재미있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발레작품이다”며 “국립발레단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되어 문화상품으로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춘향과 몽룡 역으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과 김현웅, 노보연과 이원철이 벌갈아 출연한다.
국립발레단은 <춘향>과 함께 미하일 포킨의 또다른 안무작 <레 실피드>와 러시아의 ‘국민 예술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뮤자게트>도 함께 무대에 올린다. <레 실피드>는 쇼팽의 피아노 음악에 춤을 곁들인 유명한 발레이며, <뮤자게트>는 보리스 에이프만이 2000년대 초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탄생 100돌을 맞아 뉴욕시티발레단에 헌정한 작품이다. (02)587-618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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