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길
‘점프’ 연기연출가서 연극배우로 돌아온 백원길
백원길(35)은 배우다.
올 여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85%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한 익스트림댄스 코미디 <브레이크 아웃>(한국공연명 <피크닉>)의 연출가이다. 또 <난타>에 이어 한국 공연으로는 두 번째 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해 지난 7일부터 미국 뉴욕 유니온스퀘어 극장에서 장기 공연에 들어간 <점프>의 코믹연기·연출가도 그다. 그러나 그는 원래 연극배우였다. 아직도 골수 연극팬들이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휴먼코메디>, <보이첵> 등의 주역배우로 관객들을 웃기고 울렸던 그를 기억한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서울 대학로 틴틴홀에서 연극 <휴먼코메디>로 무대에 본격적으로 복귀했다.
‘휴먼코메디’ 내년 3월까지 장기공연…“난 무대 위에 있을때 가장 행복”
“저도 살면서 이렇게 명함이 많은 줄 몰랐어요. 그렇지만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배우가 가장 좋아요. 누가 뭐라 해도 저는 배우입니다. 제 자신은 연출보다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연출을 더 알아주는 것 같아요. 〈점프〉나 〈피크닉〉의 연출가보다는 〈휴먼코메디〉의 배우로 백원길이 더 유명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웃음)
그는 “마음은 계속 배우를 하고 싶은데 다른 일이 겹쳐서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일이든지 목숨 걸고 해야 하는데 한꺼번에 두 가지 작업을 할 수 없지 않으냐”며 “이번에는 공연을 오래 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그는 스승이자 선배인 임도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장이 연출하는 〈휴먼코메디〉에 권재원, 조재윤, 이은주, 이지선, 방현숙, 김요찬씨 등 원년 멤버들과 모처럼 손발을 맞춰 내년 3월30일까지 장기공연에 나섰다. 〈휴먼코메디〉는 ‘가족’ ‘냉면’ ‘추적’ 세 에피소드를 통해 가족사랑과 웃음의 뒤편에 감춰진 인간의 본성 등을 들춰내는 코미디 신체극이다. ‘추적’의 마지막 5분에서 그와 동료배우 6명이 2~3초 만에 14명의 역할로 감쪽같이 변신하는 고난도 연기는 공연마다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는 올해 초에도 〈휴먼코메디〉에 고참배우로 참가했지만 바쁜 연출 일정과 후배들 연기 훈련시키느라 몇 차례밖에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따라서 8개월 만의 무대 복귀이지만 지난해 5월 〈벚나무 동산〉 이후로는 거의 1년 5개월 만에 연극배우의 본업을 되찾는 셈이다.
“무대 위에서 관객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말 행복하지 극장에서 관객들 사이에 앉아 배우를 바라보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무대 위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는 〈휴먼코메디〉의 매력을 “연극이라는 선입견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작품”이라며 “전혀 연극적이지 않고 그래서 더 연극인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휴먼코메디〉가 극단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색깔은 실험하고 기존 연극과는 다른 것을 찾아보려고 한 것”이라며 그래서 이름도 움직임연구소”라고 강조한다.
“코미디를 해도 우리가 하면 다른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해서 내놓은 작품입니다. 그래서 〈휴먼코메디〉가 다른 여타의 코미디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코미디이기 때문에 관객들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자학하지도 않고요. 휴먼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우리 인간을 드러내고 싶은 거죠.”
그는 연극판에서 소문난 코믹연기의 전문가이다. 대학로에서는 그를 ‘눈물이 나는 웃음’을 만들어내는 최고의 코믹배우로 꼽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유쾌하고 새로운 유머를 찾고 몸에 각인시키는 것이 다른 사람보다 좀더 강박증처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면서 “다른 배우는 코미디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번 뛰어넘기가 어렵지 어떤 선상을 넘어서면 코믹연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귀띔한다.
그렇지만 그는 “꼭 ‘웃음’이 제 연기의 철학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어떤 작품이나 장르든지 매순간 흥분되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멜로연극을 한 적이 있었는데 관객들이 울고불고 그랬어요. 그때 코미디든 멜로든 배우와 관객들의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죠. 장르의 구분 없이 같다고 생각해요. 관객은 코미디를 볼 때 가장 행복해하고 좋아하지만 저는 연극인으로 코미디만 하고 싶지 않아요. 한 곳에 고여 있는 것은 저하고 체질이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02)766-0570.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휴먼코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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