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각회화’ 소개하러 온 시각장애인 화가 미쓰시마 다카유키
‘촉각회화’ 소개하러 온 시각장애인 화가 미쓰시마 다카유키
일본인 시각장애인 화가 미쓰시마 다카유키(53·사진). 그는 지난 21일 오후 작품을 만지고 친구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었다. 26일까지 열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끝으로 보는 조각전’(해태갤러리)이다. 그가 한국에 온 목적인 ‘촉각회화’ 워크숍에 앞서 따로 만났다.
“열 살 때 시력을 잃어 기억하는 색은 원색 중심의 5가지입니다. 그 전에도 최대 시력이 0.01밖에 되지 않아 미묘한 색은 구별할 수 없었어요.”
지금은 서른 가지 정도의 색을 구사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색깔이 확장됐다. 기억에 남은 색깔을 기준으로 그보다 옅은, 조금 옅은 또는 진한, 조금 진한 등의 식으로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색과 일치시킨다. 색을 섞어서 다른 색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못한다. 개념적으로 이해할 뿐이다. ‘파스텔 색조’는 최근에야 플룻의 음색과 비슷하다는 설명을 듣고 이해하게 됐다. 색의 농도가 변화하는 배열인 그라데이션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열살 때 실명 마흔살에 늦깎이 입문해 독학
“5가지 원색만 기억…형태는 윤곽으로 이해”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감상하는 운동 참여 “형태는 윤곽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제 그림은 선 위주입니다.” 그는 붓 대신 색깔 테이프를 쓴다. 건축설계 또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쓰는 테이프다. 촉각으로 아크릴 판에 늘여 붙이면서 머릿속에 구상한 형태를 구현하거나 느낌을 손가는 대로 표현한다. 매끈한 판에 꺼끌꺼끌한 선이 그려진 그림은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그가 처음 대상으로 삼은 것은 컵, 물통 등 만질 수 있는 사물들이거나 완전히 추상적인 마음 속의 느낌들. 그가 그린 정물화는 조립식 완구인 플라모델 같다. 예컨대 컵을 그릴 때 일반인들이 원근법에 따라 타원으로 그리는데 비해 그는 손 느낌 그대로 원형으로 그린다. 시각 영역이 아닌 추상은 그만의 특징으로 드러난다. “구상과 추상의 중간이 나무입니다.” 손이 닿는 둥치는 실제, 손이 안닿는 위쪽 가지는 느낌만으로 된 상상 등 두 가지의 조합이라는 것. 느낌을 투사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의도와 달리 보여지는 것을 즐긴다. “안 보이는 세계, 또는 만져서 느끼는 세계의 메시지를 외부에 전하는 느낌입니다.” 13년 전 그가 운영하는 침구원에 손님으로 왔다가 친구 겸 도우미가 된 화가 후나하시 에이지의 조심스런 평이다. 미쓰시마가 받은 미술수업은 시각장애인학교의 점토조각이 전부.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 소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그림을 다시 시작한 것은 마흔 살부터. 이탈리아의 시각장애 조각가 플라비오 디토로가 밑그림으로 색테이프를 쓰는 걸 보고나서다. 테이프그림은 혼자서 갈고 닦았다. 주변 평가로 공부하고 칭찬을 자양 삼았다. 이제 그는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 초청 전시를 할 만큼 유명인사가 됐다. 스스로 프로라고 생각한다면 값을 매기라는 권유를 받고 가격표를 붙인다. 팔리고 안 팔리고와는 관계없다. 전시회를 열면 2~3점이 팔린다. 기쁘기도 하지만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느낀다. 요즈음 그는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대화하며 그림을 감상하는 ‘뮤지엄 엑세스 뷰’ 그룹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보세요. 장애인-비장애인의 벽이 헐리고 미술관이 열린 공간으로 변할 겁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5가지 원색만 기억…형태는 윤곽으로 이해”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감상하는 운동 참여 “형태는 윤곽으로 이해합니다. 그래서 제 그림은 선 위주입니다.” 그는 붓 대신 색깔 테이프를 쓴다. 건축설계 또는 애니메이션 작업에 쓰는 테이프다. 촉각으로 아크릴 판에 늘여 붙이면서 머릿속에 구상한 형태를 구현하거나 느낌을 손가는 대로 표현한다. 매끈한 판에 꺼끌꺼끌한 선이 그려진 그림은 금방 확인이 가능하다.
그가 처음 대상으로 삼은 것은 컵, 물통 등 만질 수 있는 사물들이거나 완전히 추상적인 마음 속의 느낌들. 그가 그린 정물화는 조립식 완구인 플라모델 같다. 예컨대 컵을 그릴 때 일반인들이 원근법에 따라 타원으로 그리는데 비해 그는 손 느낌 그대로 원형으로 그린다. 시각 영역이 아닌 추상은 그만의 특징으로 드러난다. “구상과 추상의 중간이 나무입니다.” 손이 닿는 둥치는 실제, 손이 안닿는 위쪽 가지는 느낌만으로 된 상상 등 두 가지의 조합이라는 것. 느낌을 투사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의도와 달리 보여지는 것을 즐긴다. “안 보이는 세계, 또는 만져서 느끼는 세계의 메시지를 외부에 전하는 느낌입니다.” 13년 전 그가 운영하는 침구원에 손님으로 왔다가 친구 겸 도우미가 된 화가 후나하시 에이지의 조심스런 평이다. 미쓰시마가 받은 미술수업은 시각장애인학교의 점토조각이 전부.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어 소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그림을 다시 시작한 것은 마흔 살부터. 이탈리아의 시각장애 조각가 플라비오 디토로가 밑그림으로 색테이프를 쓰는 걸 보고나서다. 테이프그림은 혼자서 갈고 닦았다. 주변 평가로 공부하고 칭찬을 자양 삼았다. 이제 그는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 초청 전시를 할 만큼 유명인사가 됐다. 스스로 프로라고 생각한다면 값을 매기라는 권유를 받고 가격표를 붙인다. 팔리고 안 팔리고와는 관계없다. 전시회를 열면 2~3점이 팔린다. 기쁘기도 하지만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느낀다. 요즈음 그는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대화하며 그림을 감상하는 ‘뮤지엄 엑세스 뷰’ 그룹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보세요. 장애인-비장애인의 벽이 헐리고 미술관이 열린 공간으로 변할 겁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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