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발레 거장’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
보리스 에이프만(62)은 세계 현대발레계에서 가장 바쁜 안무가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유럽과 미국 발레무대를 누비고 있는 이 ‘러시아의 국민 예술가’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발레 <뮤자게트>를 31일부터 11월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아시아 초연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한국에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뮤자게트>의 아시아 초연무대를 한국으로 골랐습니다. 또 한국 관객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따뜻하게 잘 대해주는 것을 공연할 때마다 느껴왔습니다. 그래서 <뮤자게트> 초연도 잘 되지 않을까요. 특히 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인 <뮤자케트>를 한국 무용수들이 공연하기 때문에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연을 코 앞에 두고 국립발레단(예술감독 박인자) 무용수들과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에이프만은 “<뮤자게트>는 어떤 발레단이든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큰 시험이 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국립발레단과 작업을 한 것은 1992년 <레퀴엠>과 <브라보 피가로>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그래서 그는 “국립발레단이 높은 수준의 공연을 보여주어서 세계적인 수준에 걸맞는 발레단이라는 사실을 한국 관객들에게 확인시켜주었으면 좋겠다”며 국립발레단에 대한 애정도 털어놓았다.
아시아 초연 ‘뮤자게트’ 국립발레단과 31일부터 공연
러시아 출신 선배 ‘조지 발란신’에 대한 존경 담아 13살 때 안무를 시작한 이 천재 안무가는 1975년에 키로프 발레의 <불새>를 안무하면서 처음으로 세계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정확하고 아름답기만 한 고전발레에 답답함을 느껴 1977년 자신의 무용단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을 창단한 뒤 세계 발레무대에 연극성이 강화된 ‘현대 발레’라는 장르를 선보이며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표현해왔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대에 공연 예술인들에게 최고의 찬사인 ‘러시아의 국민 예술가’를 받았고, 러시아 공연 예술계 최고 권위의 ‘골든 마스크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그가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뮤자게트>는 그리스 신화에서 춤과 노래, 시, 연극 등 여러가지의 예술을 주재하는 여신을 뜻한다. 특히 이 작품은 그가 2004년에 20세기 최고의 안무가로 평가받는 조지 발란신(1904~1983)의 탄생 100년을 기념해 러시아 출신의 대선배에 대한 존경을 담아 뉴욕시티발레단에 헌정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안무가의 인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따라서 관객들은 안무가의 창조적인 작업과 개인적인 생활이 어떻게 서로 엮어지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란신은 세 여인과 사랑했지만 실연의 아픔을 많이 겪었어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실연은 그에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던 영감을 주었습니다. 자신에게 실연을 안겼던 여인들 때문에 발란신은 최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어요.” 그는 한국 무용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무용수들은 안무가를 잘 따르고, 어떤 목표를 보여주면 매우 열심히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그에게 발레는 무엇일까? “감정과 욕망, 내면세계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예술이죠. 내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서 그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예술이 바로 발레입니다.” 그래서 그는 “관객들이 ‘에이프만 발레단’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살면서 하는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주 특혜를 받은, 은혜를 입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와 체호프의 <갈매기>를 바탕으로 만든 자신의 두 작품을 하루 빨리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무대로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뮤자게트>와 함께 ‘20세기 발레예술의 개혁자’로 불리는 미하일 포킨(1880~1942)이 ‘춘향전’을 소재로 안무한 발레 <사랑의 시련>과 <레 실피드>도 선보인다. (02)587-618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러시아 출신 선배 ‘조지 발란신’에 대한 존경 담아 13살 때 안무를 시작한 이 천재 안무가는 1975년에 키로프 발레의 <불새>를 안무하면서 처음으로 세계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후 그는 정확하고 아름답기만 한 고전발레에 답답함을 느껴 1977년 자신의 무용단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을 창단한 뒤 세계 발레무대에 연극성이 강화된 ‘현대 발레’라는 장르를 선보이며 그만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표현해왔다.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대에 공연 예술인들에게 최고의 찬사인 ‘러시아의 국민 예술가’를 받았고, 러시아 공연 예술계 최고 권위의 ‘골든 마스크상’을 두번이나 받았다.
보리스 에이프만이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에게 <뮤자게트>의 안무를 지도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제공.
“안무가의 인생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따라서 관객들은 안무가의 창조적인 작업과 개인적인 생활이 어떻게 서로 엮어지는가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발란신은 세 여인과 사랑했지만 실연의 아픔을 많이 겪었어요.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실연은 그에게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던 영감을 주었습니다. 자신에게 실연을 안겼던 여인들 때문에 발란신은 최고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어요.” 그는 한국 무용수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 무용수들은 안무가를 잘 따르고, 어떤 목표를 보여주면 매우 열심히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그에게 발레는 무엇일까? “감정과 욕망, 내면세계를 관객들과 나눌 수 있는 예술이죠. 내 자신만의 예술을 만들어서 그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예술이 바로 발레입니다.” 그래서 그는 “관객들이 ‘에이프만 발레단’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살면서 하는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주 특혜를 받은, 은혜를 입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와 체호프의 <갈매기>를 바탕으로 만든 자신의 두 작품을 하루 빨리 한국에서 아시아 초연무대로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뮤자게트>와 함께 ‘20세기 발레예술의 개혁자’로 불리는 미하일 포킨(1880~1942)이 ‘춘향전’을 소재로 안무한 발레 <사랑의 시련>과 <레 실피드>도 선보인다. (02)587-6181.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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