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학교 짓기 사진전 ‘숨겨온 작품’ 파는 김양회 신부
앙골라 학교 짓기 사진전 ‘숨겨온 작품’ 파는 김양회 신부
광주시 금호동성당 김양회(47) 주임신부가 세일에 나섰다. 취미생활로 찍은 사진 서른 한 점을 싸들고 상경해 평화화랑(02-727-2336)에 내걸었다. 17년동안 그냥 좋아서 찍었을 뿐 남한테 보여주지도 않았던 수많은 사진 가운데 ‘팔릴 만한 거’로 골랐다. 폼이 아니라 돈독이 올랐다.
“앙골라에 학교를 세우려 합니다.” 그럼 그렇지.
지난해 9월 아프리카 앙골라의 수도 루완다에 갔다. 거기서 아이들을 보았다. 닭처럼, 개처럼 쓰레기더미를 헤집고 있었다. 굶주린 배를 채우려고…. 고약한 냄새 때문에 숨 쉬기 힘든 그곳에서 갓 낳은 아이를 발견했다. 어떻게 이런 죄받을 짓을 하느냐고 물었다. ‘살리기 위해서’라는 뜻밖의 대답. 그렇게 하면 수녀들이 운영하는 근처 고아원에서 수거해간다는 것. 그는 가슴이 아파서 하늘을 보았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광산을 둘러싼 27년 내전으로 쑥밭이 된 그곳. 나라 전체가 참혹하게 파괴된 가운데 가장 피해를 보는 층은 어린이들.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거리를 헤매고, 먹을 게 없는 어른들은 갓 낳은 아이를 버리고 있었던 것.
“마음의 눈으로 보면 그들 역시 같은 피붙이입니다.” 보고싶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눈이면 나아가야 할 방향도 보이지 않겠는가.
그가 생각하는 학교는 열두 칸. 책상과 의자는 넣어야 할 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보다 비용이 더 든다. 도로, 공장 등 기반시설이 모두 파괴돼 건축자재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기 때문. 금호동 성당에 후원회를 꾸렸다. 호응이 좋다고 했다. 사진 짐을 싼 것은 바로 김 신부 자신도 보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신부님이 들고 나왔으니 ‘양심없는’ 사진은 아닐 터. 17년 경력 공으로 쌓은 게 아니다. 카메라를 통해 피사체를 보는 눈 역시 마음의 눈이다. 남들은 스쳐 지나가는 자연과 인물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이번에 뽑아온 사진은 문. 사립문, 대문, 대청문, 들창…. 빼꼼 열린 대문 사이로 장독대가 보이고, 어둑신한 문틀 너머 맑은 초록 풍광이 우표처럼 보이고, 사립문 돌담 너머 초록 대나무숲이 보이고, 사랑채 추녀 아래서 춘설 맞은 안채가 보이는 식이다. 문고리, 메주, 멍석, 늙은이, 단풍 등 ‘문’을 둘러싼 소품에서도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우리나라 성당과 교회의 눈도 넓게 떠야 합니다.”
전시장 입구 통로에는 맑은 눈망울 앙골라 아이들 사진 13점이 걸렸다. 전시회는 6일까지. 다 안 팔리면 광주에서 다시 열 생각이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전시장 입구 통로에는 맑은 눈망울 앙골라 아이들 사진 13점이 걸렸다. 전시회는 6일까지. 다 안 팔리면 광주에서 다시 열 생각이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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