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노트르담 드 파리’ 꼽추 콰지모도역 윤형렬씨
한국판 ‘노트르담 드 파리’ 꼽추 콰지모도역 윤형렬씨
굵고 허스키한 음색 뛰어나
신인가수서 뮤지컬 스타 예고
“실력이라기보단 노력 결과” 국내에서 프랑스 뮤지컬 열풍을 불러왔던 <노트르담 드 파리>가 한국어판으로 만들어져 10월23일부터 김해문화의전당 무대에 올랐다. 애초 가사가 한국어로 바뀌면 프랑스 가사의 운율과 시적인 표현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고, 한국 배우들이 오리지널 공연의 프랑스 배우들만큼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소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김해에서 선보인 한국판 <노트르담 드 파리>는 몇차례 공연만으로 이런 우려를 깨끗이 씻어내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어판 <노트르담…>이 이처럼 성공적으로 데뷔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신인배우들의 열연이 꼽히고 있다. 특히 주인공인 종지기 꼽추 콰지모도 역을 맡은 윤형렬(24)씨는 신인답지 않은 빼어난 가창력과 적응력으로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태어나서 처음 해 본 뮤지컬인데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셔서 얼떨떨하기만 해요. 첫 공연 때는 원래 김법래 선배님이 서기로 했는데 목이 좀 좋지 않아서 제가 얼떨결에 서게 됐어요. 무대에 서니까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지난 28일 커튼콜을 마치고 분장실로 뛰어온 윤형렬씨는 여전히 벌겋게 상기된 모습이었다. “공연 끝나고 커튼콜의 맨 마지막에 에스메랄다와 손잡고 무대에 나가서 관객들의 환호소리를 들으면 뭔가 기를 받는다고 할까, 가슴이 뜨거워져요.” 그는 이날 마지막 장면에서 숨진 에스메랄다를 안고 오열하면서 ‘춤춰라 에스메랄다’를 열창해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와 앙코르를 받았다. 올 2월 데뷔 음반을 낸 ‘왕초보 신인’ 가수인 모두 1500명이 지원해 다섯달 동안 5차에 걸쳐 치른 오디션에서 250여명에 이르는 내로라는 콰지모도 지원자들을 누르고 베테랑 배우 김법래씨와 함께 주인공 역으로 뽑혔다. 총제작비 80억원을 들이는 올 하반기 최대 뮤지컬 주인공에 “뮤지컬을 한번도 관람해본 적도 없었다”는 신인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모험을 한 데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작사가 뤽 플라몽동과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 같은 심사위원들이 윤씨의 노래를 듣고 “바로 콰지모도의 목소리”라고 놀라워했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27일 공연을 본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의 박병성 편집장은 “콰지모도의 노래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들도 소화하기가 어려운데 신인이란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 있고 훌륭한 가창력을 보여주었다”며 “허스키하면서 울림있는 음색도 호소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심사위원과 관객들을 사로잡은 허스키한 ‘콰지모도의 목소리’는 그러나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그가 노력끝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오디션 앞두고 디브이디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봤는데 콰지모도 역을 맡은 ‘가로’의 목소리가 워낙 허스키하고 굵어서 제가 과연 저런 스타일로 노래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그러다 3차 오디션을 가기 전에 다시 디브이디를 보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아, 내가 저기에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확 들더라구요.” 원래 목소리가 약간 허스키한 편이지만 지금처럼 그렇게 굵고 허스키한 편은 아니었다. 그는 연습과 연구를 반복하며 거칠면서도 호소력있는 목소리를 연마했다. “처음에는 목을 막 긁어서 소리를 냈더니 목이 쉬어서 일주일 동안 노래를 부르지도 못했어요. 계속 하다보니까 어떻게 하면 목이 안상하고 허스키한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몸이 저절로 찾게 된 거예요.” 막 출발한 신인답게 그는 “가수와 뮤지컬 모두 기회가 되면 다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해보니까 사람냄새가 나고 살아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음악이 아니라 제가 하면서 즐길 수 있고 전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장르인 것 같아서 욕심이 많이 나요.”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판 공연은 여주인공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역에는 가수 바다·문혜원·오진영씨가 캐스팅됐고, 대성당 주교 프롤로 역은 중견 배우 서범석·류창우씨, 근위대장 페뷔스 역은 김성민·김태형씨가 맡았다. 11일까지 김해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한 뒤 30일부터 12월9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공연하고, 내년 초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1577-776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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