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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유별난 ‘연극사랑’이 빚은 대학로 최대 공연 스캔들!

등록 2007-11-08 19:16수정 2007-11-08 19:23

영화배우 조재현씨
영화배우 조재현씨
4년만에 부활한 ‘연극열전2’ 조재현 프로그래머
영화배우 조재현씨의 연극사랑은 유별나다. 충무로에 발을 담고는 있지만 마음 한편에선 항상 춥고 배고픈 무명배우 시절을 보낸 대학로 연극판을 그리워한다. 1980년대 극단 종각(최근 ‘현’으로 이름을 바꿈)을 만들어 배우로 활약했던 그는 최근까지도 <에쿠우스>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 꾸준히 연극에 출연해왔다.

그런 그가 올 하반기와 내년 한국연극계의 최고 화제 행사인 ‘연극열전2’의 프로그래머로 변신했다. ‘연극 대중화’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그가 아예 작품 선정과 배우 및 연출가 캐스팅 등 제작분야 뿐만 아니라 홍보, 마케팅까지 모두 발벗고 뛰는 일을 맡고 나선 것이다.

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가 꾸미는 연극열전은 12월7일 장진 연출의 연극 <서툰 사람들>를 시작으로 2009년 1월4일까지 1년 넘게 대학로 연극계를 대표하는 11개 작품들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지난 2004년 15편 연극으로 80%에 이르는 객석 점유율로 17만명을 불러모으며 한국 연극계의 르네상스를 일으켰던 ‘연극열전’을 4년 만에 부활시킨 프로젝트다. 이 연극열전을 되살린 숨은 주인공이 바로 조재현씨다.

작품선정·캐스팅·홍보 도맡아 1년여간 작품 11편 무대에
스타급 배우·영화감독들 최고 연극 연출가들 가세
“연극 향유층 두터워졌으면…”

“2004년 ‘연극열전’에서 <에쿠우스>에 출연하면서 이런 행사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어요. 그러던 차에 올해 <경숙이 경숙 아버지>에 출연하면서 동숭아트센터쪽에 왜 ‘연극열전’을 다시 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그때 3억5천만원이나 적자 봤다며 부담스럽다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대극장 공연은 빼고 소극장 연극으로 더 알차게 준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서 성사된 거죠.”

과연 떠났던 관객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지난 주말 ‘연극열전2’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조재현씨는 “2004년 ‘연극열전’ 당시 소극장 연극들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고 강조한다. “올해 <경숙이 경숙 아버지>나 <친정 엄마>를 보세요. 굉장히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일년 내내 좋은 작품을 제공하면 자꾸 빠져나가는 사람들에게 연극의 재미를 느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렇게 힘들게 알리지 않아도 관객들이 알아서 공연 안내표를 찾아보는 준매니아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지난 2일 있었던 ‘연극열전 2’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
지난 2일 있었던 ‘연극열전 2’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
요즘 서울과 지방을 바쁘게 오가며 텔레비전 드라마 촬영을 하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틈틈이 ‘연극열전2’에 출연할 배우들을 섭외해왔다. 이순재, 나문희, 윤소정, 문성근, 이한위, 황정민, 박철민, 추상미, 류승룡, 유지태, 고수, 한채영, 장영남 등 영화와 방송 양쪽에서 손꼽히는 스타급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충무로를 주름잡는 젊은 영화감독들도 가세했다. 장진 감독이 10년 전 썼던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고, 올해 <화려한 휴가>로 750만 관객을 불러모은 김지훈 감독이 모처럼 연극 연출을 맡는다. 또 대학로 최고의 연출가 박근형을 비롯해 김광보, 이해제, 민복기, 황재헌, 김낙형 등 대학로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평가받는 젊은 연출가들도 힘을 보탰다.

“사람 모으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던 게 아니었어요.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꼭 나문희 선생님이랑 이순재 선생님을 모셔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너무나 순조롭게 풀렸어요. 사실 나머지는 문성근 형님이 계셔서 가능했죠. 또 제 뜻을 따라주는 후배들도 많았고요.”

영화를 하면서도 항상 연극판을 기웃거리는 그에게 연극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연극배우 출신이 굳이 연극무대로 돌아와야 된다거나, 돌아오면 좋고 안 돌아오지 않으면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무얼 생각하고 충실히 준비하는 과정을 굉장히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에요. 결과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하죠. <천년학> 같은 영화도 결과는 관객이 적었지만 저는 <천년학>을 준비하고 촬영하는 기간 내내 굉장히 행복했고, 얻을 것은 다 얻었다고 생각해요. 연극도 작업 자체가 결과보다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과정이 충실한 작업이기 때문에 더 애정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극열전에서 <민들레 바람되어>에 출연하는 그는 내년쯤 대학로에 소극장을 하나 개관하려고 한다. 그동안 영화 때문에 손놓고 있었던 극단 ‘현’도 본격적으로 꾸려나갈 생각이다. 그 다음에 <에쿠우스>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02)766-6007.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상연작 열전

‘연극열전2’ 프로그램
‘연극열전2’ 프로그램
‘연극열전 2’가 고른 연극들은 ‘2008년,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중들이 어떤 연극을 보고 싶어할까’라는 고민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우선 11개 작품이 선정됐는데 대부분 2000년도 이후 공연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이 검증된 기존 흥행작들과 외국에서 화제가 된 최신 번역작들 위주여서 관객들이 재미면에서는 안심하고 고를 수 있다. 여기에 창작 초연작 2작품이 포함됐고, 앞으로 3~4개 작품이 추가될 예정이다.

첫 테이프를 끊는 <서툰 사람들>은 장진 감독이 23살에 쓴 작품으로 부산에서 10여년 동안 장기 공연되고 있는 흥행작이다. 깜빡 잊고 잠그지 않은 현관문을 고생해서 열고 들어 온 서툰 좀도둑과 집주인 여성이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로, 탤런트 한채영이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늘근도둑 이야기>는 2003년 ‘생 연극 시리즈’ 공연에서 객석 점유율 97%를 기록했던 인기작. 형무소에서 인생 대부분을 보낸 두 늙은 도둑이 특사로 풀려 난 뒤 미술관을 털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또한 <잘자요 엄마>와 <리타 길들이기>, <오르골>, <육분의 륙> 등도 2000년 이후 대학로 소극장들 사이에서 인기 레퍼토리로 꼽히는 연극들이다.

대학로의 최고 흥행 보증수표 박근형 연출가의 신작 <돌아온 엄사장>도 주목거리다. 한국전쟁과 민주화 운동 등 1950부터 80년대를 배경으로 시골 소년과 서울 소녀의 아름다운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그린다. 신예 작가 박춘근의 신작인 <민들레 바람되어>는 아내를 잃어버린 어느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가족의 소중함이 무엇인가를 되묻게 하는 작품으로,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 조재현과 장현성이 출연한다. 미성년자 성범죄를 배경으로 한 도발적인 작품으로 2005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화제를 모았던 <블랙버드>와, 무리한 대본 수정을 요구하던 냉정한 검열관이 희극작가와 함께 걸작 코미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일본 최고의 흥행작가 미타니 고키의 <웃음의 대학>, <라이프 인 더 씨어터>, <서툰 사람들> 등 최신 번역작도 첫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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