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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그림은 움직이는 거야!

등록 2007-11-08 19:58수정 2007-11-09 11:50

배준성·손석 전, 시점따라 형상·색깔 달라져
위아래 그림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배준성의 렌티큘러 회화. 시점을 이동하면 옷을 벗거나 입은 여인이 보인다.
위아래 그림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배준성의 렌티큘러 회화. 시점을 이동하면 옷을 벗거나 입은 여인이 보인다.

퓨전요리는 맛있다. 배준성이나 손석의 그림이 그렇다.

배준성은 서양 명화를 한국 여인의 누드와 결합시켜온 작가다. 이미지를 오버랩시키기 위해 렌티큘러를 활용한다. 렌티큘러란 골진 투명판에 여러 개의 상을 입혀 각도를 달리해보면 보이는 이미지가 달라지는 특수인쇄를 말한다. 갤러리현대(02-734-6111)에서 선보이는 뮤지엄 시리즈(25일까지)는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 등 유럽 미술관 12곳의 전시장 모습을 유화로 그리고 그림 속 액자 중 하나에 작가가 만든 렌티큘러를 끼워넣은 것들이다.

작가는 렌티큘러 작업을 위해 캔버스 밑그림에 비닐을 덧대어 그 위에 물감을 입혔다. 실제 렌티큘러를 하기 전에는 비닐작업은 자체로 완결된 작품이었다. 비닐작업은 또 옛 캔버스그림에 덧칠을 하던 것이 진화한 것이다. 이처럼 배준성의 작품은 작업방식의 변화가 중첩돼 있다. 박물관 시리즈는 액자속 액자 방식. 박물관의 관객이 렌티큘러를 보고, 렌티큘러 그림을 실제 관객이 본다. 재밌는 것은 그림 속 관객은 신분과 취향에 따라 옷 벗은 또는 옷 입은 여인을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누드에서 성장을, 성장에서 누드를 본다. 그의 그림을 보려면 민망함을 감수해야 한다. 비닐작품은 드리운 비닐을 들춰보아야 하고 렌티큘러작품은 시선을 그대로 둔채 몸을 이동해야 한다. 주인공이 옷을 걸쳤다 벗었다 하므로 패션쇼장의 모델의 몸매를 훔쳐보는 느낌이다.

시점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손석의 ‘기다림’.
시점에 따라 색깔이 바뀌는 손석의 ‘기다림’.


배준성이 영리한 디지털이라면 손석은 미련한 아날로그. 둥근 캔버스에 골지게 물감을 쌓아 그림을 그렸다. 쌓아올린 골에 이빨처럼 다릿발을 세워 형상을 만들었다. 회화와 부조의 중간지대다. 그 역시 이동함에 따라 색깔을 달리하고 돌올해 보이기도 하는 여러 장의 그림을 보여준다. 다릿발 위와 좌우 색깔을 일괄적으로 달리하고, 골의 바탕색이 시점이동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여기에 캔버스를 둥글게 한 것이 착시효과를 더한다. 소재는 주로 도자기와 코끼리. 우툴두툴한 질감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잔다리 갤러리(02-323-4155)에서 18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하이브리드’에서는 사진인지, 그림인지, 조각인 헷갈리는 작품들이 걸렸다. 해골조각은 벌거벗은 여체 사진을 잘라붙여 만들었고(강영민) 정육면체로 바뀐 사과사진은 점점 잘라져 씨방을 보여준다(권정준). 반짝이는 공에 풍경사진이 인화돼 있고(베른트 할베어), 자신의 작업실 사진에 색을 칠했다(양연화). 배준성의 작품은 여기에도 걸렸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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