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브로드웨이 ‘헤어스프레이’ VS 영 웨스트엔드 ‘뷰티풀게임’
미 브로드웨이 ‘헤어스프레이’ VS 영 웨스트엔드 ‘뷰티풀게임’
세계 뮤지컬의 양대 산맥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를 대표하는 최신 뮤지컬 2편이 한날 나란히 한국 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 뚱뚱한 흑인 소녀의 댄싱퀸 도전기를 발랄하고 톡톡 튀는 미국식 코미디로 다룬 <헤어스프레이>, 아일랜드의 한 축구단이 겪었던 테러 실화를 묵직한 유럽식 뮤지컬 화법으로 녹여낸 <뷰티풀게임>이 제대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두 뮤지컬 모두 내년 초까지 마라톤 승부를 벌이는 점, 여기에 국내 뮤지컬계의 두 강자인 신시뮤지컬컴퍼니와 설앤컴퍼니가 대결하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특징과 강점이 뚜렷한 최고 화제작이이어서 마니아들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법하다. 올 겨울 최대 주목작인 두 뮤지컬의 매력과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뚱뚱한 흑인소녀 ‘댄싱퀸 도전기’
60년대 패션-캐릭터·대사 볼만 ■ 헤어스프레이 <헤어스프레이>는 미국의 괴짜 감독 존 워터스의 동명 영화(1988년)를 원작으로 2002년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인 뒤 석달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2003년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 극본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1960년대 초반 인종차별이 심했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낙천적인 흑인소녀 트레이시가 댄싱 퀸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코미디로 꾸몄다. 인종차별, 외모지상주의 등의 이슈를 경쾌한 춤과 노래, 웃음으로 통쾌하게 풍자한다. 특히 올 여름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남자 배우 존 트라볼타가 트레이시의 엄마(아빠가 아니다)로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12월6일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2월1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02)577-1987. 60년대 복고풍 향수 자극
60년대 패션 아이콘을 통째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한 옷차림, 부풀린 머리, 현란한 구두 등 당시 스타일을 충실히 살린 패션이 볼거리. 신나는 로큰롤풍의 음악도 매력 포인트다. 경쾌한 리듬의 트위스트, 스윙과 자이브, 라인댄스가 어우러진다. 뚱뚱한 모녀의 독특한 캐릭터 캐스팅 전부터 주인공 트레이시 모녀, 특히 엄마 배역이 관심거리였다. 트레이시 역은 미국 뉴욕대 출신 성악도로 통통한 몸매에 낭창한 목소리를 가진 신인 왕브리타씨, 그리고 뜻밖에도 가냘픈 몸매의 방진의씨가 캐스팅됐다. 방진의씨는 특수분장으로 통통한 트레이시로 변신한다. 엄마 에드나 역은 1988년 처음 영화에서 거구의 남자배우가 맡은 뒤 남자배우로 고정되었다. 딸보다 더 비만이고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많아져 목소리까지도 걸걸해지는 캐릭터로, 코미디언 정준하씨와 햄버거 시에프로 ‘맥도날드 아저씨’란 별명이 붙은 김명국씨가 맡아 화제를 뿌렸다. 톡톡 튀는 코믹한 대사 엉뚱하지만 귀여운 대사를 놓치지 말자. 좋아하는 남자를 만난 트레이시가 친구 페니에게 “종소리 들려. 넌 안들리니?”, 에드나가 전화 통화 중 “난 트레이시의 아빠가 아닌데. 엄만데.”, 링크가 트레이시에게 반해 “트레이시 난 널 사랑해 니가 몇 킬로그램이든.”이라고 말하는 등의 대사가 즐겁다. 아일랜드 한 축구단의 테러 실화
비극적 결말과 역동적 안무 특징 ■ 뷰티풀 게임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으로 현대 뮤지컬계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작품. 웨버가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한 축구팀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축구’와 ‘테러’라는 뮤지컬로서는 위험한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2000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고,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이 증폭됐던 1970년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소망인 순수한 청년 존과 냉소적인 토마스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배신을 그렸다. 대부분 음악 위주의 웨버의 작품과는 달리 대사의 비중이 높고 뮤지컬로는 드물게 주인공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 비극이란 게 특징이다. 내년 1월13일까지 엘지아트센터, (02)501-7888. 축구 안무와 아이리시 멜로디 축구 경기를 표현한 역동적인 안무가 특징이다. 축구란 소재가 뮤지컬 장르에서는 어떻게 소화되는지 눈여겨보면 흥미롭다. 또 한국인들의 정서와 잘 통해 인기가 높은 아일랜드 음악 선율을 최고 작곡가인 웨버가 어떻게 뮤지컬에 맞게 작곡했는지 귀기울여보자. 박건형의 연기변신 모처럼 뮤지컬로 돌아와 존 역을 맡은 박건형씨의 연기도 관심거리. 존은 1막에서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2막에서는 절친한 친구의 배신으로 증오와 분노에 불타오르는 테러리스트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라이벌 토마스 역을 꿰찬 김도현씨도 눈여겨볼 만한 배우다. 1막 축구 결승전 장면 대사 없이 6분20초 동안 춤과 노래로만 이어지는 1막의 축구 결승전 장면은 작품 전체의 결말까지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누가 누구에게 패스하고 반칙하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2막에 대한 복선을 눈치챌 수 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시뮤지컬컴퍼니·설앤컴퍼니 제공
60년대 패션-캐릭터·대사 볼만 ■ 헤어스프레이 <헤어스프레이>는 미국의 괴짜 감독 존 워터스의 동명 영화(1988년)를 원작으로 2002년 시애틀에서 첫선을 보인 뒤 석달 만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고, 2003년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상, 극본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1960년대 초반 인종차별이 심했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뚱뚱하고 못생겼지만 낙천적인 흑인소녀 트레이시가 댄싱 퀸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을 코미디로 꾸몄다. 인종차별, 외모지상주의 등의 이슈를 경쾌한 춤과 노래, 웃음으로 통쾌하게 풍자한다. 특히 올 여름 다시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남자 배우 존 트라볼타가 트레이시의 엄마(아빠가 아니다)로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12월6일 국내에서도 개봉한다. 2월1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02)577-1987. 60년대 복고풍 향수 자극
60년대 패션 아이콘을 통째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한 옷차림, 부풀린 머리, 현란한 구두 등 당시 스타일을 충실히 살린 패션이 볼거리. 신나는 로큰롤풍의 음악도 매력 포인트다. 경쾌한 리듬의 트위스트, 스윙과 자이브, 라인댄스가 어우러진다. 뚱뚱한 모녀의 독특한 캐릭터 캐스팅 전부터 주인공 트레이시 모녀, 특히 엄마 배역이 관심거리였다. 트레이시 역은 미국 뉴욕대 출신 성악도로 통통한 몸매에 낭창한 목소리를 가진 신인 왕브리타씨, 그리고 뜻밖에도 가냘픈 몸매의 방진의씨가 캐스팅됐다. 방진의씨는 특수분장으로 통통한 트레이시로 변신한다. 엄마 에드나 역은 1988년 처음 영화에서 거구의 남자배우가 맡은 뒤 남자배우로 고정되었다. 딸보다 더 비만이고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이 많아져 목소리까지도 걸걸해지는 캐릭터로, 코미디언 정준하씨와 햄버거 시에프로 ‘맥도날드 아저씨’란 별명이 붙은 김명국씨가 맡아 화제를 뿌렸다. 톡톡 튀는 코믹한 대사 엉뚱하지만 귀여운 대사를 놓치지 말자. 좋아하는 남자를 만난 트레이시가 친구 페니에게 “종소리 들려. 넌 안들리니?”, 에드나가 전화 통화 중 “난 트레이시의 아빠가 아닌데. 엄만데.”, 링크가 트레이시에게 반해 “트레이시 난 널 사랑해 니가 몇 킬로그램이든.”이라고 말하는 등의 대사가 즐겁다. 아일랜드 한 축구단의 테러 실화
비극적 결말과 역동적 안무 특징 ■ 뷰티풀 게임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으로 현대 뮤지컬계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작품. 웨버가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한 축구팀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축구’와 ‘테러’라는 뮤지컬로서는 위험한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2000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됐고,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선보인다.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갈등이 증폭됐던 1970년대,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되는 것이 소망인 순수한 청년 존과 냉소적인 토마스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배신을 그렸다. 대부분 음악 위주의 웨버의 작품과는 달리 대사의 비중이 높고 뮤지컬로는 드물게 주인공이 죽는 것으로 끝나는 비극이란 게 특징이다. 내년 1월13일까지 엘지아트센터, (02)501-7888. 축구 안무와 아이리시 멜로디 축구 경기를 표현한 역동적인 안무가 특징이다. 축구란 소재가 뮤지컬 장르에서는 어떻게 소화되는지 눈여겨보면 흥미롭다. 또 한국인들의 정서와 잘 통해 인기가 높은 아일랜드 음악 선율을 최고 작곡가인 웨버가 어떻게 뮤지컬에 맞게 작곡했는지 귀기울여보자. 박건형의 연기변신 모처럼 뮤지컬로 돌아와 존 역을 맡은 박건형씨의 연기도 관심거리. 존은 1막에서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을, 2막에서는 절친한 친구의 배신으로 증오와 분노에 불타오르는 테러리스트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라이벌 토마스 역을 꿰찬 김도현씨도 눈여겨볼 만한 배우다. 1막 축구 결승전 장면 대사 없이 6분20초 동안 춤과 노래로만 이어지는 1막의 축구 결승전 장면은 작품 전체의 결말까지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누가 누구에게 패스하고 반칙하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2막에 대한 복선을 눈치챌 수 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시뮤지컬컴퍼니·설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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