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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말많은 그들, 결론은 음악이다

등록 2007-11-22 20:31수정 2007-11-22 20:37

브리트니 스피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라디오헤드·제이-지 새 음반 발표
라디오헤드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제이-지. 지난 10여 년간 각각 록, 팝, 랩 음악계를 대표해온 아이콘들이 최근 한 달 사이 나란히 새 앨범을 발표했다. 스타들의 신작이 비슷한 시기에 몰리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이번 그들의 동시 복귀에는 남다른 감이 있다. 스타와 트렌드의 부재로 길고 깊은 슬럼프에 빠져있는 음악계가 검증된 이름들의 영향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논란거리들을 들고 복귀한 그들을 통해 우리 음악업계의 현재를 비춰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요컨대, 라디오헤드는 음악유통의 급진적인 방식을 실험하고 있고,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이미지와 상품가치의 상관관계를 뛰어넘으려 애쓰고 있으며, 제이-지는 은퇴 번복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기시감이자 알레고리처럼 보인다. 인터넷 쏠림 현상이 초래한 음반시장 붕괴, 아이돌 스타들의 난립, 은퇴와 컴백을 반복하는 비정상적 활동행태는 우리 음악계의 구조적이고 만성적인 문제들과 맞닿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음반은 음악이 관건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기본기 있으메…이미지 추락 딛고 다시 날자

■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블랙아웃> =스피어스가 친근한 이웃집 동생에서 미치광이 아줌마로 전락하는 데는 채 삼 년이 걸리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회생불가 판정을 내렸다. 아이돌 스타에게 이미지 추락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앨범 <블랙아웃>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순조롭게 히트차트에 안착했다. 그 품질 또한 높다는 것은 더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최상의 프로듀서와 작곡가들을 투입한 물량공세가 한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피어스 본인의 저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완전히 침몰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스피어스를 회생시킨 것은 여덟 살 어린 나이부터 엔터테이너로 훈련 받으며 발전시켜온 기본기 덕분이다. 급조된 아이돌 스타들로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미덕인 셈이다. 이 앨범을 통해 스피어스의 재도약을 점쳐볼 수 있는 근거도 거기 있다.

라디오헤드
라디오헤드
앨범값 소비자 맘대로, 들려지는게 중요해

■ 라디오헤드의 <인 레인보우스> =라디오헤드는 새 앨범을 통해 음악산업의 존립 방식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레코드회사를 배제하고 앨범의 가격을 소비자가 결정하도록 맡긴 것이다. 발상 자체가 획기적인 탓에 음악적 내용보다 그 유통방식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하지만 <인 레인보우스>는 심지어 그조차도 계획의 일부였음을 보여준다. 어떤 식으로든 음악은 들려지는 것이 중요하고, 좋은 음악은 그 자체로 존재가치를 갖는 법이라는 것이다. 이 앨범의 진면목은 잘 만든 노래들의 집적적 시너지와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적 혁신도 결국은 음악적 창조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그 같은 각성을 통해 이 앨범은 록의 방법론과 전자음악의 질감을 결합해온 라디오헤드의 실험이 완성단계에 이르렀음을 전시하고 있다. 노래의 힘과 가치를 새삼 일깨운다는 점만으로도 <인 레인보우스>는 2007년 최고의 앨범 가운데 하나로 꼽아 마땅하다.


제이-지
제이-지
뛰어난 앨범 기승전결“은퇴 번복쯤이야”

■ 제이-지의 <아메리칸 갱스터> =지난해 발표한 컴백앨범 <킹덤 컴>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을 때만 해도 제이-지의 은퇴 번복은 잘못된 선택처럼 보였다. 음악적 찬사, 사업적 성공, 아름다운 연인(비욘세)을 한 손에 움켜쥔 그가 과욕을 부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영감을 얻은 동명의 새 앨범은 그 같은 평가를 다시금 유보하게 만든다. 60년대 소울을 기반으로 한 사운드는 별반 새로울 것이 없지만 앨범을 관통하는 박진감 넘치는 기승전결은 탁월한 감각을 보여준다. 온라인 음원 판매에 있어 수록곡의 개별적 다운로드를 허용하지 않고 앨범 전체를 받아야만 하도록 전제한 것도 그 때문이다. 뛰어난 작품을 내보일 수만 있다면 은퇴번복쯤은 참아줄 수도 있다. 문제는 똑 같은 걸 포장만 바꿔 팔아먹으려 할 때 발생하는 것이니까. 다시 한번, 관건은 음악이다.

박은석/대중음악평론가 headlike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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