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연재 황석영 소설 삽화 전시회 여는 노원희씨
〈한겨레〉 연재 황석영 소설 삽화 전시회 여는 노원희씨
“6개월을 계속해서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면서 뭔가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회도 한번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한겨레>에 연재됐던 황석영의 소설 <바리데기> 삽화를 그렸던 노원희(59·동의대 미술학과 교수)씨가 1일부터 제주시 노형동 아트스페이스·씨(관장 안혜경)에서 첫 전시회를 갖는다. 신문 연재 당시 그림을 눈여겨본 안 관장이 노 교수에게 “원화전을 제주에서 했으면 좋겠다”고 제의해 이번 전시회가 열리게 됐다.
지난 1월 3일부터 6월 21일까지 연재된 소설의 삽화는 120여점으로 이번 전시회에서는 52점이 선보인다. 연재순서에 따라 내걸린 작품들을 따라가다보면 그대로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그림으로 읽는 바리데기’가 된다.
“설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소설 구성에 그림 구상이 어렵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황석영 선생 소설이 매우 영상적이어서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 많이 있었다”며 “매회 원고지 8매 분량이 오는 데 그 속에 꼭 중요한 장면이 있어 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말했다.
‘민중미술 1세대’인 노 교수는 “그동안 삶의 현실을 주제로 그리면서 현실을 다양하게 해석하거나 변형시킨 건 있어도, 비현실적인 세계를 그린 적은 없었다”면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나오는 등의 이야기들은 신화성이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웃었다. 앞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비현실적인 세계를 그릴 생각도 갖게 됐다.
하지만, 삽화를 그리는 작업은 힘든 과정이었다. 그는 “1, 2월은 방학이니까 괜찮았지만, 3월부터는 나흘 동안 5점의 그림을 그려야 되니까 시간이 빡빡했다”며 “하루에 10시간 이상 그릴 때도 있고, 새벽 3~4시가 돼야 작업이 끝날 때도 있었다”며 쉽지 않았던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지난 69년 대학 졸업여행 때 한라산을 처음 봤다는 노 교수는 “충격적일 정도로 너무나 신비롭고 신기한 풍경이었어요. 여행이 끝난 뒤 한달 이상을 제주도의 영상에 도취돼 살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라산의 높이에 따라 식물이나 풍경이 확연히 다른 걸 볼 수 있었지만, 그 뒤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점점 풍경이 허물어져 그러한 느낌을 갖지 못했다”며 “더 이상 제주의 자연에 손을 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064)745-3693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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