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트라비아타>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연주 유감
최근 대형 오페라 2편을 잇따라 봤다. 한국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11월 15~18일 세종문화회관)와 베세토오페라단의 <아이다>(11월 23~27일 예술의전당). 민간오페라단으로서 수위를 다투는 두 단체가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만든 무대와 의상을 그대로 옮겨와서 화제가 됐다. 예상했던 대로 두 작품의 무대와 의상은 화려했고, 연출은 치밀했다. 성악가들의 수준도 국내의 웬만한 공연보다 뛰어났다.
그런데 왠지 헛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공허한 느낌은 오케스트라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오페라에서 질감있는 연주는 생명과도 같다. 그러나 <라 트라비아타>에서 서울클래시컬플래이어즈의 연주는 너무 빈곤해서 민망했다. 현악부는 가느다란 실을 잣는 듯 위태로웠고, 관악부는 목이 메인 듯 뱉어내지 못했다. <아이다>의 연주를 맡은 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좀더 두터워서 다행이었지만, 군데군데 불안했다.
공교롭게도 두 단체 모두 홍보전단이나 보도자료에 오케스트라를 명시하지 않았다. 기사나 리뷰도 오케스트라를 주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중시하는 우리네 성미의 단면을 보는 것 같다. 한 클래식평론가의 탄식이 떠오르는 건 그래서다. “오페라전문가라고 하는 분들이 만날 스토리 얘기나 하고, 무대가 어땠느니 연기가 어땠느니 하지, 음악을 말하지 않아요. 음악은 오페라의 절반이상인데 말이죠.” 오페라의 기원이 음악과 연극을 함께 즐기려는 데 있음을 상기하라는 말이다.
오페라단의 고충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오페라 반주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국내 오케스트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독주자들은 많으나 오케스트라와 실내악단은 열악한 게 우리 현실이다. 외화내빈 현상을 개선하도록 정부와 음악계 모두 노력할 일이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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