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안무가 페스티벌
국립무용단 기획공연은 매해 여름과 겨울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와 ‘동동’이라는 이름으로 신진 안무가에게 작업 기회를 주어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안무가 페스티벌’이라는 조금 생소한 이름을 걸고 공연을 올린다. 이유는 ‘동동’ 공연에 ‘명작시리즈 선정작’을 합한 조금은 야심찬 기획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동동’ 선정작 가운데 28일, 29일 이틀 동안 먼저 공연하는 <황진이>, <나이스 피싱!!>, <너는 왜 내가 아니고 너인가> 이 세 작품이 먼저 시작했다. 모두 현재 국립무용단 단원이 안무한 작품들이다.
긴 시간 집중이 필요한 이지영의 <황진이>는 우리가 아는 황진이 이야기를 반구상화와 같은 방식으로 춤을 춘다. 그렇기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반면 관객들의 상상의 폭은 그만큼 줄어들어 있다. 춤을 연기화하는 양식이 그러할 뿐 아니라 담벼락을 실사 영상을 배경으로 처리한 것이 역시 예가 된다. 대신 우리춤과 우리옷의 화려함은 <황진이>가 주는 기쁨이다.
정소연의 <나이스 피싱!!>은 국립무용단이 춤을 잘 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여섯명의 여성무용수가 보여주는 춤은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경쾌함을 지녔고 이야기 설정의 유머러스함은 관객에 대한 미덕이 된다. 다만 마임과 춤의 경계를 ‘고집’한 것인지 ‘실험’한 것인지는 안무가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전에는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남아있다.
보드를 탄 소녀가 유유히 등장하면서 시작하는 김남용의 <너는 왜 내가 아니고 너인가>는 정소영의 작업에 이어 국립무용단 단원이 어떻게 컨템포러리를 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주는 작업이다.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상징적 표현으로 춤추면서 ‘소유’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다. 칼이 가운데로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연극적인 조명의 활용은 안무가가 작업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는 것을 확인해준다. 적어도 그 순간은 관객들이 놀랐다.
세 작품 모두 국립무용단 단원이 직접 안무한 작업인 것에 반해 12월 1일, 2일 공연하는 이혜경, 이미희, 홍은주는 객원 안무가로 자신의 무용단으로 공연한다. 공통점은 한국무용의 창작기법을 활용하는 춤작가로 ‘바리바리촘촘디딤새’ 작업 결과가 호평받아 이번 무대 기회를 얻은 것. 12월 6일부터 8일까지 공연하는 안성수의 <틀>, 김윤진의 <침묵하라> 김윤수의 <공>에서는 국립무용단의 기량을 다시 볼 수 있다. 수년 전 작업이었던 만큼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니 기대가 더해진다. 이번 안무가페스티벌은 분명히 국립무용단이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다. 그렇다면 ‘동동’ 후반부의 안무가를 외부 무용수가 아닌 국립무용단 무용수를 기용하는 방법과 같이 무용단 단원이 자기계발을 가능케 하면서 무용단의 색깔을 찾는 방법은 무언지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 자리를 잡는 것이 아직 더 필요하다.
이진아/문화칼럼니스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강사 wallbreak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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