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전곡 연주회
백건우 베토벤 피아노 전곡 연주회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공연 가보니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공연 가보니
‘뮤지컬은 길고 클래식은 짧다?’
무슨 말일까? 뮤지컬의 경우 한 작품에 1~2달 공연이 예삿일이지만, 클래식은 기껏해야 1~2일이다. 풀어서 말하면, ‘뮤지컬은 관객이 많고, 클래식은 관객이 적다’는 얘기다. 공연기간은 정확히, 관객의 부피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 숙명의 도식을 부수려는 클래식계의 두가지 시도가 지난주 나란히 시작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라보엠>과 백건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회가 그것.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넓은 마당을 공유하는 오페라극장과 음악당에서 오순도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두 공연은 상연 기간이 일주일을 넘는 빅 이벤트들이다. 두 공연 모두 14일까지 계속된다.
기립박수, 무대 위 침묵깨다
일요일인 9일 오후 3시 음악당 콘서트홀. 검은 연미복에 흰색 목폴라를 받쳐 입은 백건우는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한 뒤 피아노 앞에 앉았다. 객석은 숨죽인 채 무대를 응시했다. 아무리 전곡 녹음을 마친 뒤라고 해도, 베토벤이 일생에 걸쳐 작곡한 소나타 32곡을 단 일주일 만에 풀어낸다는 것은 가혹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백건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평소 성격처럼 고요하게, 때론 입을 앙다물고, 그가 아끼는 스타인웨이 피아노와 침묵의 대화를 나눴다. 백건우의 치열한 손끝에서 청각의 이미지로 승화한 베토벤의 집념은 관객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마지막 곡, ‘비창’으로 가슴이 벅차오른 2천여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연 초반, 휴대전화 벨 소리가 세 차례나 들렸다. 클래식 초심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객석은 관대했다. 클래식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백건우의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 아닐까.
꽉찬 객석…성악가 기량 아쉬워
8일 저녁 7시30분 오페라극장에선 젊은 예술가들의 보헤미안적 삶과 사랑을 노래한 푸치니의 <라보엠>이 무대에 올랐다. 대개의 오페라 공연과 달리 어린이와 학생들이 많이 보여 고무적이었다. 이들이 주로 찾는 3~4층 객석은 항상 꽉 차 있다고 한다. 첫 장기 공연에 긴장했던 주최쪽은 뜻밖의 호응에 놀라고 있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과 함께 연말 상설 공연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에 서광이 비치고 있는 것이다.
장바닥의 떠들썩한 장면을 연출한 2막의 동선은 효과적이었고, 3막의 입체적인 무대 역시 새로웠다. 그러나 이날 무대에 선 성악가들의 기량은 실망스러웠다. 오케스트라의 기세에 눌려 존재 증명에 실패한 형국이었다. 메인 앙상블이라 할 수 있는 A팀(박정원 신동호 오미선 오승용 주연)의 공연이라 실망은 더욱 컸다. 평을 종합해보면, 가장 젊은 C팀(김세아 정능화 김현심 이응광)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연공서열의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야 한다는 주문을 국립오페라단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오페라 공연이 ‘길어질 수 있는’ 길이다. 내년부터 새로 3년 임기를 시작하는 정은숙 단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국립오페라단·크레디아 제공
꽉찬 객석…성악가 기량 아쉬워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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