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잉크로 조각해낸 우주

등록 2007-12-13 20:47

조각가 문신 채화전 ‘모세혈관(생명)의 합창’
조각가 문신 채화전 ‘모세혈관(생명)의 합창’
조각가 문신 채화전 ‘모세혈관(생명)의 합창’
조각가 문신의 ‘채화’ 전시회 ‘모세혈관(생명)의 합창’전이 열린다. 14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서울 본화랑 인사동 전시장. 1970년대부터 1995년까지 문신이 그린 채화 52점을 전시한다.

문신(1923~1995)은 좌우대칭의 형태로 우주와 생명의 리듬을 표현한 조각가. 올림픽공원에 있는 2 높이의 ‘올림픽 1988’이 대표작이다. 반구를 지그재그로 맞붙인 쌍둥이 기둥모양의 이 작품은 승천하는 쌍용 또는 하늘에 달린 묵주처럼 보인다.

채화는 일종의 컬러 드로잉. 언뜻 조각의 밑그림처럼 보이지만 선과 면으로 구성된 추상 드로잉이다. ‘모든 생명체는 좌우 대칭’이라는 문신 조각의 ‘생명 원리’가 여기에도 잘 드러나 있다. 채화는 70년대 초기 완전추상에서 80년대 후기로 가면서 호랑이 얼굴 등 구체적인 형태를 띠기도 하고 부드러운 채색이 가미된다.

문신의 채화는 불행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1973년 8월, 사다리 위에서 8m짜리 대형조각 작업을 하던 중 떨어져 척추를 다쳤다. 그냥 놀지를 못하는 성미였던 그는 넉 달 동안 병실 침대에 엎드려 중국잉크로 드로잉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채화예술이 탄생했다.

특이한 것은 피카소와의 인연. 그해 4월 피카소가 타계했고 문신은 ‘살롱 드메’에 피카소 추념 조각을 만들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척추 부상은 이에 고무돼 대형조각 작품에 나섰다가 생긴 일이다. 이에 앞서 문신은 극장 간판을 그리던 열두 살 무렵 신문에 실린 피카소의 작품을 보고 신기해한 적이 있으며, 일본 고학시절 세계명화 도판을 보고 피카소의 선묘가 새로운 현대예술의 영역이라고 판단하면서 자신만의 선묘를 집중적으로 연마하여 탄탄한 기반을 다졌다.

그가 그린 채화는 모두 400여점. 마산시립 문신미술관이 100여점, 삼성재단이 150여점을 소장하고 있고 나머지는 흩어져 있다.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대부분 그의 아내이자 화가인 최성숙씨 소장품. 최씨는 “난을 칠 때처럼 호흡을 중단한 채 단숨에 집중해서 그려낸다. 그래서 선이 흔들리지 않고 끊겨 있지 않다”고 채화의 특징을 설명했다. 프랑스아트지에 건축펜으로 선을 치고 중국잉크로 면을 메운 채화는 명함만한 6.5×7cm짜리부터 제법 큰 65×50cm 짜리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회에는 채화 외에 해외순회 조각 7점, 몇점 되지 않는 수채화 가운데 한점인 ‘가고파’, 일본유학시절 그린 자화상이 전시된다. 1943년 스무살 때 그린 자화상은 도쿄화단의 실력자가 보고 감탄해 징병에서 빼줬다는 일화가 있다. 14일 개막일에서는 책 <문신-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하다>(주임환 지음) 출판기념회와 마산문화방송에서 만든 영상 ‘거장 문신-자연과 생명의 빛’도 발표된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