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 / 〈노동야학독본〉
근현대 판화사 꿰는 두 전시
한국 판화사를 꿰어 볼 수 있는 판화전이 두 곳에서 열린다. 상대적으로 다른 장르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판화 부문에서 큰 기획전이 동시에 열리기는 드문 일이다.
■ ‘나무거울-출판미술로 본 한국 근현대 목판화, 1883~2007’전 =과천 제비울미술관(02-3679-0011)에서 22일부터 2월28일까지. 지난해 3월 70년대 이후의 현대목판화전을 ‘목인천강지곡’이란 이름으로 열었던 김진하씨가 1883년경까지 범위를 넓혀 한국근현대 목판화 100년의 흐름을 조망한다. 책 표지, 신문 삽화, 포스터 등 목판화를 이용한 다양한 출판물 1000여점을 전시한다.
전시회에는 근대적 의미의 첫 목판화가 표지화로 실린 양정중학교 교지 〈양정〉(1931·위 왼쪽)이 공개된다. 기획자 김씨는 원작은 발굴하지 못했지만 칼맛이나 회화적인 특징으로 미루어 독립작품으로 만든 것을 표지화로 쓴 것이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배운성의 〈세계도〉(1933) 또는 최지원의 〈걸인의 꽃〉(1939)을 최초로 쳤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 수록된 〈노동야학독본〉(위 오른쪽), 고판화를 현대적으로 표지로 수용한 〈조선지광〉 등의 서적이 공개된다. 〈도강록〉 〈신천지〉 〈신조선〉 〈새벽길〉 〈백민〉 등 40년대 잡지, 〈살길을 찾자〉 〈바다〉 〈개인잡지〉 〈학생문단〉 〈조선사도해표〉 등 50년대 자료, 〈입체해도〉 〈정담의 서장〉 등 60년대 표지가 소개된다.
그동안 주변 갈래로 취급해 미술사에서 생략해버린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현대판화 1958~2008’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02-2188-6114)에서 1월27일까지 작가 130명의 작품 400여점을 선보인다. 1부 ‘한국 현대판화의 전개 1958~1989’에서는 한국판화협회가 결성된 1950년대 여명에서부터 형성·전개-확산-다변화 등 10년 단위로 끊어 작품을 걸어 전체의 흐름을 짚었다.
50년대에서는 인쇄소를 하면서 석판화를 만든 이항성, 최초로 목판화 개인전을 연 정규, 러시아 레핀 미대 교수를 지낸 변월용의 극사실 동판화, 북한의 공훈예술가 함창연의 목판화를 만날 수 있다. 60년대에서는 윤명로, 김종학, 김봉태 등의 앵포르멜, 최초의 동판화전을 연 김상유 등이 있다. 70년대는 송번수의 〈팬터마임〉, 황규백의 〈토끼와 거북〉 등이 대표작. 80년대는 오윤·홍성담·홍선웅·류연복·이인철·정비파 등 민중판화의 시대. 90년대는 형식과 내용이 심화되고 디지털을 이용한 다양한 판법과 조각·설치·영상 등 다른 장르와 혼합 현상이 벌어진다.
2부 ‘한국현대판화의 신세대 흐름’은 프린트에서 사진, 캐스팅, 레이저커팅까지 외연을 넓힌, 판화 같지 않은 판화들을 전시한다(최미아 <구조장비>). 나열식 전시여서 시간을 두고 공부하는 기분으로 봐야 한다. 임종업 선임기자
<구조장비>
2부 ‘한국현대판화의 신세대 흐름’은 프린트에서 사진, 캐스팅, 레이저커팅까지 외연을 넓힌, 판화 같지 않은 판화들을 전시한다(최미아 <구조장비>). 나열식 전시여서 시간을 두고 공부하는 기분으로 봐야 한다. 임종업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