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만보
‘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 ‘심판’도 꼽혀
평론가들이 꼽는 올해 최고의 연극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김형기)가 ‘올해의 연극 베스트3’을 발표했다. <열하일기만보>(극단 미추·배삼식 작·손진책 연출), <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극단 신기루만화경·에드워드 올비 작·신호 연출), <심판>(극단 실험극장·카프카 작·구태환 연출) 세 작품이 수상작으로 꼽혔다.
협회는 “세 작품 모두 오늘의 한국 연극이 목말라하고 있는 인문학적, 철학적 사색과 성찰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며 “공연미학적으로도 언어 중심의 재현연극에 빠지지 않고 상징적이고 신표현주의적 무대연기와 미술 등이 적용되어 문학성 못지 않게 높은 연극성을 창의적으로 발휘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과 그의 열하일기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차이와 낯선 것을 금기시하고 억압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와 폭력성을 지적인 유머와 기지로 통렬하게 꼬집는다. <염소, 혹은…>은 50대 건축가가 어느날 갑자기 염소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도발적인 소재를 통해 사랑에 대한 사회적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심판>은 평범한 은행원이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정체불명의 조직에 체포돼 죽게 되는 이야기로, 삶의 근거와 목적 자체를 박탈당한 현대인들에 대한 비극적 상징적 알레고리를 보여준다.
‘올해의 연극 베스트3’는 전년도 12월부터 그해 11월까지 국내 무대에 오른 연극을 대상으로 평론가협회 회원 추천과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뽑는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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