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강우 ‘태백풍경’전
사진작가 이강우 ‘태백풍경’전
2004년 강원도 탄광지대에 우연히 들렀던 작가는 깜짝 놀랐다. 석탄산업이 구조조정을 하던 때. 땅속 석탄을 파먹고 번성하던 선탄장, 사택, 여관, 시가지 등이 동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대학 2년까지 연탄을 사용했다는 추억까지 버무려져 5~6년에 걸쳐 다큐를 찍으려고 작가는 마음 먹었다.
태백석탄박물관(033-552-7730)에서 2월5일까지 여는 이강우의 ‘태백풍경’은 일종의 중간보고다. 사북은 그해 10월 동원탄좌의 폐광을 끝으로 석탄산업이 종료되고 카지노를 유치해 1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 천지개벽을 하고 있었고 철암은 변해가고 있긴 했지만 옛 원형을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었다. 1960~70년대 근대화 과정에서 용광로 구실을 했던 그곳이 변화의 최전선에 놓인 이면에는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있었다. 주요산업의 에너지원과 국민들의 난방연료가 석유와 가스로 대체되었던 것.
작가는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중첩되는 그곳의 부조화와 긴장의 속내를 들여다보기로 하고 4년여에 걸쳐 사진작업을 해 왔다. 외부의 요인에 의해 촉발되어 과거 모습이 급속히 사라지는 대신 전혀 다른 성질의 기호들이 들어서는 과정을 포착하고자 했던 것.
시커먼 허리를 드러낸 산을 마주한 철암읍내, 가동을 멈춘 철암역의 두 선탄장, 썰렁한 읍내 상가. 물가에 다릿발을 내어 세운 상가의 뒷모습, 사람들이 떠난 빈집들, 붉은 빛 여관들. 단독으로 이야기하는 철암의 풍경에 비해 사북과 고한은 옛 모습과 새로운 모습이 대비되어 큰 소리를 낸다. 광원들의 사택지에 포클레인의 굉음이 들리고 철거 직전의 주민용 아파트에는 정적이 감돈다. 썰렁하던 사택촌에는 모텔과 콘도가 들어서고 그 너머에는 스키장이 문을 열었다.
수직과 수평이 정확히 잡힌 사진들은 2~4월, 9~10월에 주로 찍었고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건조한 풍경의 초상을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눈이나 단풍이 들어가면 쓸데없이 예뻐지고, 사람이 들어가면 따뜻해진다는 거다. 사람이 저질러 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판단이다. 작가는 앞으로 변화의 양상을 더 기록할 예정이다. 몇 년째 발품을 파는 판교와 분당의 변화상도 비슷한 연유에서다.
2006년 금호미술관에서의 전시보다 현재의 태백석탄박물관에 관객이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두 달 동안 태백의 겨울산을 찾는 사람 가운데 20만명이 그곳을 들른다고 하니 사진전 역시 부조화와 긴장의 속내에 위치하고 있는 셈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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