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리 ‘1980~2000 그리고…’전
황주리 ‘1980~2000 그리고…’전
황주리의 취미는 여행과 수집이다. 돌, 안경, 골동품 등 구체물도 있고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에피소드도 있다. 그것들은 일기 또는 단상 형식으로 소화하고 그림으로 표출한 것이 작품이다.
‘황주리 1980~2000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화력 30년 대표작을 모은 전시회다. 출발점은 원고지. 출판사를 운영하는 아버지 덕에 처음 만난 소재다. 일상을 낙서하듯 묘사한 낱장을 모은 것이 <추억제> <가면무도회>다. 원고지 칸이 그대로 보이는 직사각형 시리즈는 원형(<그대 안의 풍경>,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 꽃봉오리 모양(<식물학>)으로 변주되다가 근래에는 무정형으로 바뀌어 있다.
삶이 시간여행이라면 작가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이 그림 소재다. 각종 기념품과 지인들이 보내온 엽서조차도 모아 붙여서 작품이다. 사진처럼 주어진 것 외에는 모든 것은 선과 면으로 단순 평면화돼 있다. 최근에는 흑백에 관심이 쏠려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그의 활동범위는 물론 생각까지도 쉽게 읽을 수 있다. 표현방식은 유치할 정도로 단순하다. 얼굴 대신 텔레비전 모니터를 단 사람, 머릿속에 온도계나 망치를 가진 사람, 코를 콘센트 삼아 전기코드를 꽂은 사람 등. 친근한 소재인데다 표현이 쉬워 부담이 없다.
요즘은 수도꼭지, 로보트태권브이, 전철손잡이 사진에 눈·코·입을 그린 뒤 다시 사진으로 찍어 뽑아낸 자화상에 맛 들이고 있다. 갤러리 현대(02-734-6111~3)에서 2월 1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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