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호 ‘하이퍼리얼리즘’ 전
전준호 ‘하이퍼리얼리즘’ 전
“삶 자체가 하이퍼 리얼리즘이다.” 전준호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현상. ‘나는 돌아오리라’고 되풀이 말하는 맥아더의 유령, 담 넘기를 시도하지만 결국 넘지 못하는 탈북자들, 바지를 추스르는 남자와 통곡하는 여자, 북한 돈 100원 속 피곤한 386세대 등. 전준호 개인전 ‘하이퍼리얼리즘’에는 이데올로기와 세태를 풍자한 영상작품이 주류. 가슴에 심장 대신 엔진을 단 흑인 풋볼선수상도 비슷한 주제다.
단순한 소재에 심각한 주제를 숨겼다. 대부분 작품의 러닝타임은 30초 내외. 프라모델, 스케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게 특징. 되풀이되는 역사를 상징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작가 자신을 소재로 삼은 작품도 한 축을 이룬다. 공황장애인 작가가 복용하는 알약 가루를 뭉쳐서 만든 조각품, 뉴욕 진출을 열망하는 자신, 환상처럼 보이는 미술 세계가 실제는 ‘노가다’더라는 깨달음, 연인 같았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 등.
버려진 듯이 바닥에 설치한 북한 지폐, 사타구니가 불룩한 성인상, 나무 뒤에 보일락말락한 작가 등 작품마다 비밀 하나쯤 숨겨둬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러닝타임을 짧게 해 전체를 돌아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다만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라는 작가의 취지를 따르면 반복해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전시장을 신축 공사장처럼 꾸며 관람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각별히 신경을 썼다.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041-551-5100, 5101)에서 3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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