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아 개인전 ‘서치 게임’
함경아 개인전 ‘서치 게임’
한국은 분단이라는 전쟁의 그늘에 드리워있다. 빨갱이-퍼랭이 편가름 등 곳곳에 왜곡, 금기, 억압이다.
함경아 개인전 ‘서치 게임’(3월9일까지, 쌈지스페이스, 02-3142-1693)은 젊은 작가의 그런 현실에 대한 고민과 도전이다.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체제의 장벽에 스스로 몸을 던져 이뤄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작가는 지난해 11월 중국 중계인을 통해 북한에 자수를 주문했다. 히로시마 원폭, 남북한의 전투기들, 총살장면 등 전쟁과 테러를 내용으로 하는 밑그림들과 남한의 어두운 사정을 전하는 내용의 병풍글씨를 보냈다. 이 가운데 병풍글씨 전부와 남쪽의 전투기 밑그림 일부는 검열에 걸려 압수되거나 없어지고 나머지는 자수작품으로 바뀌어 1월초 작가의 손에 들어왔다. 남북한 합작품이자 분단을 넘은 행위예술이다. 자수작품들은 물론 압수된 미완의 밑그림은 저간의 설명과 더불어 벽에 걸고, 좌절된 병풍글씨는 남쪽에서 만들어 세웠다.
작가는 주문행위와 주문 내용으로 개인적인 남북소통을 꾀한다. 옛 삐라 형식을 빌어서.
“(…) 인천에서 중국을 오가는 연락선 안에서 바다이야기가 때아닌 호황이라니 바다에 물괴기들은 없고 오로지 도박만이 있고나. (…) 양처럼 결백한 백성에게 사행성을 조장하고 돈과 권력 가진 윗분들에게 온갖 비리를 조장한 혐의로 작년 온 조선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가 바다에서 판을 친다니 용왕님도 무심하사 어찌 이런 연락선을 풍랑과 함께 고래밥이 되도록 하지 않으시오. 신고를 해도 경찰은 손 하나 쓸 수 없다는 데, 원인인 즉슨 이 배가 저 먼 남국 파나마 국적인데 중국인이 임대한 형식이라는 것이니(…). 이천칠년 시월 초하루 경성파이낸스 강신구 기자.” (‘바다에서 도박판 벌이는 이야기’)
작가는 지난해 9월 이후 이천에 칩거해 흙과 씨름했다. 엉뚱하게도 결과물은 백자 살상무기들. 에이케이 소총, 각종 권총, 칼과 망치 등. 소총 몸통의 청화 산수화에는 낚시배 대신 군함이, 학 대신 전투기를 그렸다. 꽃꽂이용일 법한 백자에는 총기를 꽂아 박물관 진열장으로 꾸리고, 살상무기를 담은 접시들로 전쟁식탁을 그들먹하게 차렸다. 작가는 깨지기 쉬운 백자로 깨뜨리기 쉬운 평화이야기를 하려는 듯하다. 이밖에 석유찌꺼기로 그린 양탄자, 100㎖ 이상인 액체는 못가지고 타게 하는 공항화물 설치작품 등을 전시한다.
임종업 선임기자
함경아 개인전 ‘서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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