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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추상적 내 작품, 뒤집혀 전시된 적도”

등록 2008-02-03 19:59

조엘 샤피로
조엘 샤피로
한국서 개인전 여는 미니멀리즘 조각가 조엘 샤피로
“조각은 개념의 물질화다. 조각행위는 작가와 작품과의 대화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의미 있는 형태가 만들어져간다. 그 가운데서 작가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다.”

뉴욕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조엘 샤피로(68)가 한국에서 열리는 자신의 개인전(가나아트센터, 02-720-1020, 2월23일까지)에 맞춰 방한했다. 미국 추상표현주의 조각이 대가인 데이비드 스미스,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을 이끌었던 도널드 저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다. 뉴욕 현대미술관(모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오르세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100회 이상의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달 31일 간담회에서 그의 담론은 추상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에 걸쳐 있는 그의 작품처럼 추상명사의 연속이었다. 질문과 응답은 어려운 추상성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성의 줄다리기였다. 그의 작품은 브론즈 사각기둥을 이어붙여 균형과 불균형 사이에서 조화를 이룬 형태. 표면에 톱으로 켠 자국과 못을 박았다가 뺀 자국 등이 있다.

주로 사각기둥 이어붙인 형태
“보는 이의 문화적 배경따라
다양한 해석 가능한게 장점”

“애초 작은 나뭇조각들을 못과 꺽쇠로 이어붙여 모형을 만든 다음 실제 크기의 나무 조각으로 만든다. 이를 각각의 조각으로 다시 해체해 브론즈로 주물을 뜬다. 그리고 조립과 용접과정을 거쳐 작품으로 완성된다.” 그래서 작품의 거죽에는 나무 흔적이 역력하고 접합부 역시 녹여 붙인 흔적이 그대로다.

“나의 관심사는 형태와 비율이다. 조각과 조각을 잇달아 이어가면서 복잡한 구성을 만들어간다.”

사람들은 그의 작품에서 여인의 누드, 무희의 춤동작 또는 하늘을 향해 뻗은 나무의 형상을 읽는다. 실제로 아이들은 작품 앞에서 모양을 흉내내면서 놀기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이 ‘무엇’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완전한 추상이라고 말했다.


“조각이 작가의 대화일 뿐 아니라 일단 완성된 다음은 공간과 관객과의 대화다.” 그는 “보스턴의 한 미술관에서는 결과물이 거꾸로 뒤집혀 작품화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추상과 무심한 나뭇결이 어울려 동양의 선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보는 이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이 내 작품의 장점이다.”

작품이 사각기둥의 조합인데 사각형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알파벳을 왜 좋아하느냐는 말과 같다며 기하적 형태는 자신의 언어일 뿐이라고 말했다. “굳이 말한다면 현대문명이 드러난 모양, 즉 인간의 방, 길거리, 빌딩이 사각형인 점과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나의 활동공간이 도시기 때문에 그런 특징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그의 작업장은 뉴욕시의 롱아일랜드. 1909년 소규모 화력발전소로 지은 건물이다. 2만4000평방피트 넓이에 천장이 높아 대형작업으로 마춤하다. 거의 공장 수준. 당신은 조각회사 시이오인가라는 물음에 조수가 4명뿐이고 그나마 일주일에 3~4일 파트타임으로 자신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나는 앤디 워홀이나 데미안 허스트처럼 기업적인 자질이 없을뿐더러 그런 제작방식에 흥미도 없다.” 모형에서 주물, 조립까지 자신이 간여하며 작은 작품은 하나, 큰 작품은 2~4개씩 제작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왜 하필 나무일까. 나무는 에너지의 상징이라는 어려운 해석 끝에 실토한 이유는 단순하다. 자르고 조립하여 자신 생각을 표현하기에 자유롭기 때문이라는 것. “어렵게 설명해서 미안하다. 스타일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생각이 좀 무겁지 않은가.”

질문을 많이 했으니 기사도 잘 써 달라는 너스레.

■ 미니멀리즘=2차대전 전후 시각 부문에서 시작돼 전분야로 확산된 예술사조. 장식과 기교를 최소화하고 본질만을 표현했을 때, 진정한 리얼리티가 달성된다는 주의다.

미술분야는 최소한의 색상과 형태로써 기하학적인 뼈대만을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의 작품이 주종. 도널드 저드가 대표적인 작가다. 건축에서도 단순한 소재와 구조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타났다. 루드비히 미스반데어로에가 대표적. 패션 역시 단순한 디자인, 직선적인 실루엣, 또는 최소한의 옷으로 멋을 내는 방법 등이 그 영향권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사진 가나아트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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