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여성 연출 1호’ 강유정에 바칩니다

등록 2008-02-14 19:36

여인극장 ‘아버지가 사라졌다’
여인극장 ‘아버지가 사라졌다’
여인극장 ‘아버지가 사라졌다’
“연극은 연극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인들의 애완용도 아닌 오직 사회를 맑게 하는 샘물의 역할을 하는 대중들의 것이어야 한다.”

‘한국 여성 연극연출가 1호’로 평생 리얼리즘 연극을 추구하다 지난 2005년 2월 타계한 고 강유정이 평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그는 국내 최초의 여성 극단인 ‘극단 여인극장’을 창단해 39년간 이끌어왔으며, 한국여성연극인회 회장, 세계여성연극인협의회 이사 등을 지내는 등 ‘여성 연출가의 대모’로 불렸다.

그런 그를 극단 여인극장 제2대 대표를 물려받은 후배 김경애씨는 “숨조차 가려 쉬게 하던 무서움과 터울 많은 큰언니의 포근함으로 무대 위를, 혈혈단신 일필휘지 하시던 영원한 스승이시자 뜨겁고 뜨거운 열정을 가진 거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 강유정의 3주기를 맞아 극단 여인극장이 고인의 연극계 지인들과 힘을 모아 추모 작품 <아버지가 사라졌다>(연출 김도훈)를 15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 올린다. 고인이 타계한 뒤 여인극장이 극단의 모든 일정을 중단한 채 3년 상을 치른 뒤 창작연극으로 고인을 기리는 추모무대이다.

국내 초연되는 이 작품은 몇 해 전 미국의 한국인 이민 가정에서 목사인 아버지가 딸을 오랫동안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살인협박까지 했다며 딸이 아버지를 고소해 실형을 선고받은 실화를 빌려왔다. 하지만 성폭행 문제를 넘어서 한국의 전통 가정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단순한 욕설이나 가벼운 친밀한 행동도 범죄로 비치는 다인종 국가 미국에 사는 소수민족이 겪는 문화적 충돌과 가족 해체를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추모공연답게 생전에 고인과 동고동락하며 작업해왔던 수많은 연극계 원로 지인들과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 동안 <귀로> <박사를 찾아서> <훈장> 등의 창작극을 발표하면서 강유정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극작가 조원석이 집필을 맡았다. 또 여인극장 대표 김경애를 비롯한 여인극장이 배출한 실력파 배우 정경순이 특별출연하며,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활발한 연극활동을 하면서 강유정과 깊은 친분을 쌓아온 중견배우 장두이가 주인공을 맡았다. 더불어 고인과 함께 작업을 해왔던 백승희(조명디자이너), 한철(음향디자이너), 김지영(프로듀서) 등의 스태프들도 참가한다.

15일 첫 공연 후에는 여인극장 단원들을 비롯해 연극계 인사들과 생전에 강유정 선생과 작업했던 연극인들이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무대제를 올린다.

극단 여인극장은 1966년 고 강유정을 비롯해 전윤희, 정은숙, 선우용녀, 강추자 등 여성 10명이 모여 만든 최초의 여성 극단이다. 123회에 이르는 정기공연을 올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아름다운 여인의 작별> <아내란 직업을 가진 여인> 등의 외국 작품을 한국에 소개했으며 차범석, 윤조병, 황석영 등의 창작극도 활발하게 발굴해 왔다. 또한 신구, 최종원, 임동진, 전광렬 등의 쟁쟁한 남자배우들이 출연해 스타덤에 올랐다. (02)376-425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