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은 분홍빛 연꽃에서 사람이 나와 춤을 추는 ‘연화대무’. 오른쪽은 1725년 청나라 사신이 왔을 때 그려진 <봉사도(奉使圖)> 중 예산대(바퀴를 달아 끌고다니는 산대). 국립국악원 제공.
광화문보다 높은 산 만들고
광대 6백명이 펼쳤다는 잔치
국악원이 공연예술로 되살려
광대 6백명이 펼쳤다는 잔치
국악원이 공연예술로 되살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대표적인 전통 축제 ‘산대희’가 무대 공연 예술로 되살아난다.
국립국악원은 정월대보름 공연 ‘2008 산대희’를 21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린다. 고려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 화려한 꽃을 피웠던 ‘산대희’는 신선들이 산다는 삼신산을 만들어놓고 광대들이 펼치는 ‘가무백희’다. 축제가 절정을 이뤘던 조선 중기에는 광화문을 가릴 정도로 높은(2 가량) 산대를 설치하고 600여명의 광대들이 좌대와 우대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재주를 뽐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열린 것은 1865년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당시로 추정된다. 국립국악원이 산대희를 무대에 올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산대희’ 연습이 한창이다. 객석에 앉으니 악사들의 붉은 옷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원색의 향연이라 해도 좋을 만큼 화려한 색채감으로 황홀하다. 거문고와 가야금, 아쟁과 해금, 대금과 단소를 든 악사들은 왕이 움직일 때만 연주를 했다고 한다.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낙양춘’과 ‘수제천’이 울려퍼지고, 장수를 상징하는 청학과 백학, 연꽃 속에 숨어있던 여령(춤추는 여자)이 어울려 ‘학연화대무’를 춘다. 3천년에 한번 열리는 불로장생의 복숭아를 바치는 궁중무용인 ‘헌선도’,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호랑이 놀이’가 이어진다. 호랑이는 “남대문 태워먹은 인간들”을 나무란다.
산대에서는 경기민요와 가야금병창 소리꾼들이 ‘사철가’ 등을 부른다. 땅재주와 구슬받기 등 흥미진진한 기예들은 영화 <왕의 남자>의 모태가 됐던 ‘소학지희’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풍물패가 열어가는 2부에서는 지난해의 묵은 액을 풀고 새해의 만복을 나누는 ‘비나리’에 이어 온갖 짐승들이 춤을 추는 ‘백수무’가 펼쳐진다. 공연의 마지막은 출연진과 관객이 하나 되어 만드는 달처럼 둥근 춤, ‘강강술래’다.
이번 공연은 국립국악원의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과 남사당놀이보존회, 사자놀이 연구회 등 120여명이 총출동하는 전통판 버라이어티쇼다. 관객들은 직접 만든 짐승 탈을 쓰고 ‘백수무’에 동참할 수 있다. 동물가면이나 모자를 미리 준비해 올 수도 있고, 공연 시작 전 로비에 마련된 ‘체험 코너’에서 만들어도 된다. ‘귀밝이술 맛보기’, ‘부럼 깨기’도 준비돼 있다.
공연의 자문을 맡은 사진실 중앙대 교수(연희예술학)는 “산대 문화는 동아시아에 보편적이었는데, 일본에서는 마쓰리 형태로 남아있는 반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자취를 감췄었다”며 “언젠가 종묘에서 광화문까지 산대희의 행렬이 이어지는 날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02)580-3300~3.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국립국악원 제공
조선 버리이어티쇼 ‘산대희’ 대보름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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