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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자라지 않는 중국’ 미완의 붓질

등록 2008-02-21 20:22

중국작가 탕즈강 ‘네버 그로우업’전
중국작가 탕즈강 ‘네버 그로우업’전
중국작가 탕즈강 ‘네버 그로우업’전
중국 현대작가 탕즈강의 개인전 ‘네버 그로우업’이 갤러리현대(02-734-6111~3)에서 20일부터 3월16일까지 열린다.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탄즈강은 요즘 가장 인기 좋은 중국작가로 꼽힌다. 100호 크기 작품 하나에 4억원을 부른다. 그의 그림은 군대, 회의, 어린이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중국작가 탕즈강 ‘네버 그로우업’전
중국작가 탕즈강 ‘네버 그로우업’전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두 살부터 군 막사생활을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40살까지 군 장교로 중국-베트남 국경분쟁에 종군했던 탕즈강에게 군대는 곧 자신의 삶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었다. 숨 막힐 듯한 전체주의 사회에서 그림 그리기는 탈출구였을 법하다. 하지만 보라는 것만 보고, 하라는 것만 해야 하는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 그릴 수 없는 것. 그래서 등장시킨 것이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한결같이 군복, 또는 인민복을 입고 있다. 제복을 입은 아이들은 앙증맞기는 커녕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어 징글맞다. 천연덕스럽게 유격훈련, 국기하강식, 합창연습을 하는 군복의 아이들은 그런대로 귀여운 편. 하지만 인민복을 입은 아이들은 아이가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회의를 한다. 테이블 위에 마이크와 빈 찻잔을 두고 끝없이 토론을 하고 손을 들어 표결을 한다. 만장일치가 기본. 반항하는 아이는 폭력으로 다스린다.

작가는 자신에게 군대생활은 불행이었고 재난이었다고 말한다. 그러한 느낌은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 개로 표출된다. ‘개 같은’ 곳이었다는 의사표시일 테지만 개띠인 자신의 서명이라고 둘러댔다.

제대한 뒤 그림 속의 아이들의 얼굴은 어른에서 아이로 변해간다. 아이들이 노는 곳은 무너지는 댐, 비행기 날개 위, 다이빙대 위, 바위 봉우리 등 한결같이 위험한 곳. 작가는 중국의 위태로운 자본주의 실험을 풍자한 듯하다. 담결석으로 고생했던 자신의 불안한 심경과 일치한다고도 했다.

탕즈강의 그림은 그리다 만 듯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 군데군데 물감이 흐르고 잘못 칠한 듯한 붓자국이 있다. 그는 완성품이란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스스로 그림에 대한 고민과 애정을 떼고 싶지 않기도 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고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하여 애정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하여튼 불행이 부의 밑천이 되었으니 탕즈강에게 군 생활은 새옹지마인 셈이다. 기억을 떠올려 형상화하면 절대 자라지 않는 중국사회의 자화상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예비작가들에게 군생활은 어떤 것일까.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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