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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남녀 사랑이야기 뛰어넘어 일본 치부 드러내고 싶었다”

등록 2008-02-21 20:29수정 2008-02-21 20:32

사카테 요지가 20일 자신의 연극 <블라인드 터치>가 공연 중인 산울림 소극장을 찾았다.
사카테 요지가 20일 자신의 연극 <블라인드 터치>가 공연 중인 산울림 소극장을 찾았다.
‘블라인드 터치’ 원작자 사카테 요지 서울에
일본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사카테 요지(46·일본극작가협회 회장)는 사회성 짙은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일본이 감추고 싶은 치부를 드러내는 사회참여적인 연극인이다. 일본에서도 ‘사회파 연극인’으로 불리는 그가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자신의 원작 연극 <블라인드 터치>(김광보 연출. 2월12일~3월16일)를 보려고 20일 한국을 방문했다.

“처음 이 작품을 발표할 때부터 일본보다는 외국에서 공연되기를 바랐는데 한국에서 공연되어서 너무 고맙다. 일본 배우들과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한국 배우들은 자기의 의지대로 연기하는 것 같다.”

미군기지 반대시위로 수감된 남자와
옥중결혼한 여자의 실화 바탕한 연극
“한국공연서 작품 사회성 조명됐으면”

그는 이날 저녁 공연 뒤 <한겨레> 인터뷰에서 “윤소정씨와 이남희씨가 튼튼한 연기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를 뛰어넘어 작가가 의도했던 것을 잘 나타내 주어서 고맙다”고 밝혔다.

사카테 요지는 전후 일본의 사회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83년에 극단 린코군을 창단해 <신들 나라의 수도> <다락방> 등 6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해왔다.

한국에 초연된 <블라인드 터치>는 그의 극단 린코군이 2002년 일본에서 공연한 작품으로, 70년대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교도소에서 28년 복역한 남자와 옥중결혼한 여자의 실화를 다뤘다. 연극은 남자의 출옥 뒤 부부생활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80년대 운동권이었던 한 부부를 만나 작품을 쓰게 됐다”며 “앞으로도 억울하게 갇혀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발표했을 때 일본 평단에서 반미 같은 내재된 사회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단순히 사랑이야기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일본보다는 미군문제가 민감한 한국에서 작품을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일본은 ‘숨기는 사회’라고 주장한다. 정치범도 있고, 억울한 죄로 투옥된 사람도 있고, 여전히 옥살이를 강요당하는 사람도 있지만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숨긴다’는 비열함은 이 나라가 전 세기 전쟁에 대한 ‘전쟁책임’을 숨기는 것과도 상통한다. 차별의식을, 소심함을, 이기적인 거만함을 숨겨왔다”면서 그 자신은 “일본의 이런 ‘숨기는’ 문화를 증오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라인드 터치> 외에도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소재로 한 자신의 연극 3편을 더 소개했다. 일본 천황이 주재하는 국체의 오키나와 개최를 반대해 일본국기를 불태운 어느 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룬 <바다의 비등점>, 오키나와 미군부대의 우유공장 폐쇄로 일본인 노동자들의 집단해고를 다룬 <오키나와 우유공장의 마지막>, 오키나와에 사는 원폭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피가돈 도깨비> 등 모두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다. 그는 “<바다의 비등점>은 신국립극장 개관 기념작으로 준비되다가 일본 국기를 불태운 장면이 나온다는 이유로 공연되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일본 연극계에서도 ‘사회파 연극인’으로 <도쿄노트>의 작가 히라타 오라자가 있지만, 자신처럼 연극을 통해 일본의 사회적인 문제를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는 작가는 거의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올해 김광보 연출가와 함께 일본과 이라크, 뉴욕 센트럴 파크, 캄보디아 등 전 세계의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지뢰’ 문제를 주제로 한 연극 <오뚝이가 자빠졌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지뢰라는 부정적인 물건으로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관객도 단순히 가벼운 작품뿐만 아니라 무거운 작품을 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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