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예술의 전당서 공연
북한과 미국 사이에 역사적인 ‘문화 외교’의 서막을 연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7일 평양 공연 사흘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왔다.
‘천사’를 뜻하는 ‘아시아나 1004 특별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거쳐 인천공항에 내린 뉴욕필 지휘자 로린 마젤은 이날 “음악의 언어로 사람들한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본 것은 최고의 경험이었다”며 “그들이 감동했다는 데 대해 우리도 감동했다”고 평양 공연 소감을 밝혔다. 마젤은 “이는 미래 양국관계의 가능성을 잘 말해준다.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었고, 모든 위대한 일은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며 이번 공연이 두 나라의 적대관계 종식에 이바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앞서 뉴욕필은 이날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쪽의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사상 처음으로 북-미 실내악 협연을 했다. 양쪽 4명씩으로 이뤄진 ‘북-미 협연단’은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와 <고요함> 등 두 곡을 연주했다. <고요함>은 뉴욕필 연주자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는 미국 초등학생 소녀 사라 타스밀라(12)가 작곡해 북한 어린이들한테 선사한 곡이다. 마젤은 이어 모란봉극장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을 직접 지휘해 평양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뉴욕필은 28일 낮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뒤 이날 밤 서울을 떠나는 것으로 한반도 공연을 마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6일에 이어 이날도 뉴욕필 공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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