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공연 리허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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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8일 서울 공연 첫 곡은 〈애국가〉였다. 예정에 없던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관객들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미국의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연주됐다. 바로 이틀 전, 북한과 미국의 국가를 연주한 평양에서의 오프닝에 멋진 외교적 대구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이로써 뉴욕필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남쪽과 북쪽에서 동시에 연주한 최초의 오케스트라가 됐다.
마지막 역시 북쪽과 마찬가지로 〈아리랑〉이 장식했다. 남북한의 ‘애국가’는 서로 다르지만, ‘두 나라는 원래 같은 나라’라는 사실을 역설하는 듯했다. 평양이 그랬던 것처럼 서울의 시민들도 붉게 상기된 표정이었다.
뉴욕필 사장인 자린 메타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공연은 음악적인 의미 말고도 정치적 의미가 가미됐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북한 전역에 방송됨으로써 미국에 대한 북한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을 기대한다”며 “나머지 부분은 정치인이나 양국 정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평양공연은 계획에 없었는데 12월에 일정이 확정돼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듯이 “브라보”가 터져나왔다. 박수 소리는 평소 다른 연주회보다 거의 갑절이나 될만큼 크고 맹렬했다.
공연이 열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평일 대낮 공연인데도 합창석까지 빼곡히 들어찼다. 입장권은 진작에 매진됐다. 초대석을 제외한 일반 판매량만 1400장 가량됐다.
가수 최성수(48)씨는 “평양 공연의 열기를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어 어렵게 표를 구해서 왔다”며 “남북 관계도 오늘의 감동적인 연주처럼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필이 벌인 2박3일 동안의 음악외교는 남쪽 사람들의 가슴에 한가닥 희망을 남기고 막을 내렸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