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 연극을 추구해 온 극작가 김흥우(68·한국희곡작가협회 이사장)씨의 잊혀진 단막극들을 발굴하는 ‘김흥우 단막극 선’(예술감독 김태훈)이 3월4~14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열린다.
30여년 전에 발표됐지만 시대에 앞서가는 자유롭고 과감한 표현 탓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했던 작품들을 새롭게 조명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김씨의 단막극은 과감한 생략과 뜻밖의 결말, 인간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 등이 묘미로 꼽힌다. 이재성씨가 〈대머리 여장군〉 〈천하대장군〉을, 주정훈씨가 〈오유선생〉과 〈영 아닌데〉를 연출했다.
〈대머리 여장군〉은 미국인과 러시아인에게 각각 겁탈당한 하늘세와 추리세의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전쟁의 비인간성이 개인의 심리와 삶에 미치는 영향을 그렸다. 〈오유선생〉은 살인죄로 15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오유가 교도관 황찬의 집에 하루를 묵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면서 인간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바리데기 설화와 쌍둥이의 근친살해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천하대장군〉, 인간의 강한 욕망과 진실을 들여다보는 〈영 아닌데〉도 모두 집요하게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극작가의 강한 주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공연집단 현이 주최하며, 권영희 하경화 이선희 이봉균 류진 김서원 조창현 등이 출연한다. (02)2278-5741.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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