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35)
연극 ‘블랙버드’로 돌아온 추상미
색깔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추상미(35)가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지난 2005년 〈프루프〉 이후 3년 만에 고른 연극은 대학로 최고의 화제인 ‘연극열전2’ 시리즈 네번째 작품으로 국내 초연인 〈블랙버드〉(3월21일~5월25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텔레비전에 출연하면서도 항상 무대를 동경해왔어요. 전작 〈프루프〉가 저에게는 연기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 배우로 사는 게 행복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 작품이었죠. 이번에도 다시 그 못지않은 작품을 만났어요.” 〈블랙 버드〉가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이게 된 데에는 추상미도 사실 한몫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연극이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던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번역가 성수정에게 부탁해 몇몇 작품을 추천받았다. 이 가운데 〈블랙 버드〉의 매력에 이끌린 그가 동숭아트센터 홍기유 대표에게 공연하자고 제안했던 것이다.
영국의 젊은 작가 데이비드 해로우어(42)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블랙버드〉는 12살 소녀 ‘우나’가 40살의 옆집 아저씨 ‘레이’와 성관계를 가진 뒤 15년 세월이 지나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뛰어난 심리묘사를 바탕으로 직설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은유적인 대사,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는 반전을 곁들여 풀어냈다.
여주인공 우나 역을 맡은 추상미는 “작품 내용이나 역할이 신혼인 내 상황과 너무 안 어울리는 역이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도전이 되고 더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뮤지컬 배우 이석준(36)과 결혼했다.
연습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을 묻자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했을 때 ‘새로운 언어 실험’이라는 말을 들었을 정도로 언어, 특히 영어가 주는 뉘앙스가 세밀하고 복잡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그는 “작품에 담겨있는 메시지나 작가의 대사 방식이 새롭다는 것뿐이지 줄거리 전개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으며 매우 긴장감 있고 역동적이기 때문에 재미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레이 역에는 연극 〈필로우맨〉 〈불 좀 꺼주세요〉 등에서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준 중견 최정우가 캐스팅됐으며, 연출은 연극 〈청혼〉 〈그들은 만나지 않았다-크리스마스캐럴〉 등을 선보였던 이영석(35) 극단 신작로 대표가 맡았다. (02)741-3391.
글·사진 정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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