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화백
창원서 50년 활동 회고전 갖는 재불 이성자 화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전혀 없어요. 나의 일생은 항상 고향 속에 있었고, 지금도 나의 마음은 고향 속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50여년째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화백 이성자(91)씨가 12일부터 5월18일까지 경남 창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개인전 ‘귀천’(歸泉)을 연다.
“원로들의 전시회에 붙여주는 회고전이라는 말을 쓰기 싫어 고민하다 ‘귀천’이라는 말을 생각해냈어요. 귀천은 나의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니, 고향에서 여는 전시회 이름으로 잘 어울린다 싶어요.”
이 화백은 1918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일신여자보통고등학교(현 진주여고)를 졸업할 때까지 어린 시절을 경남 하동, 김해, 창녕, 진주에서 보냈다. 그래서 그가 기억하는 고향은 경남이다. 그는 1951년 전쟁 통에 프랑스로 홀로 건너가, 뒤늦게 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주를 뜻하는 원을 항상 바탕에 두고 있는 이 화백의 작품은 섬세하면서도 깔끔하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화풍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4년부터 개인전 90차례, 합동전 350차례를 열었다. 그러나 “나이도 잊고 항상 앞만 보며 살기 때문에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정확한 숫자는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1991년 예술문화공로기사훈장 등 프랑스 정부로부터 두 차례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화백은 망백의 나이인 지금도 “밥을 먹고 숨을 쉬는 것처럼”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건강 비결을 “태양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일어나 태양과 함께 사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후배들에게도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잊지 않고, 항상 자연과 함께 할 것”을 권했다.
‘귀천’은 1987년 진주전람회 이후 20년만에 고향에서 갖는 두번째 전시회이다. ‘귀천’에서는 1954년 초기작부터 ‘귀천’을 위해 지난해 말 완성한 판화까지 유화 50점, 판화 79점, 수채화 16점 등 모두 195점이 전시된다. 노화백의 50년 예술인생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귀천’을 준비하면서 어찌나 신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여생을 진주에서 보낼까하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무덤 안에 누워 있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 화백은 만약 경남 진주시가 시립미술관을 세운다면, 자신의 작품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055)211-0333.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이 화백은 만약 경남 진주시가 시립미술관을 세운다면, 자신의 작품을 모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055)211-0333.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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