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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옛시 속 ‘아름다움’ 여인으로 표현했죠”

등록 2008-03-07 19:32

왕치펑
왕치펑
장은선갤러리서 ‘신미인도’ 전시중인 중 신예 왕치펑
오똑한 콧날, 콕 찍은 입술, 서늘한 눈매, 기품 있는 자태. 장은선갤러리(02-730-3533)에서 15일까지 열리는 ‘신미인도’의 작중인물들은 오금을 저리게 할 만큼 뇌쇄적이다. 하지만 미인을 그린 중국의 신예화가 왕치펑(38)은 뜻밖에도 안경 쓴 샌님이다.

“당, 송시를 즐겨 읽어요. 그 가운데 이욱, 신기질, 소식 등 송사(宋詞)가 매력적이죠. 그들의 작품이 풍경이나 서정을 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윽한 맛을 알고보면 그 속에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어요. 제 작품은 그 느낌을 여인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작품 제목이 시다. ‘나비를 따라서’(追蝶), ‘거울 앞에서’(對鏡), ‘하늘처럼 물처럼’(天容水色), ‘꽃 그림자’(花弄影) 등. 그는 “그림은 말 없는 시이고, 시는 형태 없는 그림”이라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고전을 많이 읽었어요. 특히 문학을 하는 형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옛 시를 읽으면 내가 시 속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어요. 그런 느낌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했죠.”

하늘하늘 옥같은 미인들은 벚꽃, 연닢, 대나무, 파초 등 동양의 자연 또는 옛 가구가 놓인 실내가 배경이어서 금방 <옥루몽>이나 <금병매>에서 머리를 매만지고 나온 듯하다. 내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눈길은 파스텔 색조의 어스름과 일치하고, 잔잔한 걸음에서 잠시 멈춘 자세는 흐릿한 윤곽과 아귀가 맞는다.

“서양화는 보이는 것을 그대로 기술하는 게 기본이죠. 나의 그림은 뜻을 그림으로 옮기는 동양의 전통을 잇습니다.” ‘하늘처럼 물처럼’은 여인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하늘·땅·사람의 3재를 상징하며 여성의 적·청 옷은 음양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사각형 유화 틀이 옛 시간을 드러내보이는 창문인 셈이다.

그는 1920년대 프랑스 이탈리아 등으로 국비유학을 가 서양미술을 배워온 류해소, 임풍면, 오관중 등 선배 화가들을 거론했다. 그들은 전통과 현대를 접목하려는 진지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면서 그러한 흐름이 끊겼다는 것이다. 요즘 한창 뜨는 중국의 화풍은 격동하는 시대상을 기술하여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깊이가 일천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다.

절강성 주산군도가 고향인 그는 그동안 바다, 바람, 햇빛 등 풍광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다가 7~8년 전부터 인물로 전환해 2년 전부터 시리즈를 내기 시작했다.


인물이 서양적이라는 지적에 “중국 미인을 그리면 중국인들만 좋아할 게 아니냐”며 “개방과 함께 중국의 미인관이 많이 서양화 되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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