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겹경사로 떠들썩 ‘북새통’ 이름값!

등록 2008-03-13 22:30수정 2008-03-14 00:41

<가믄장 아기> 연출자 남일우(맨 왼쪽)씨가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연습장에서 마퉁이 역을 맡은 배우 마두영(맨 오른쪽)씨와 가믄장 아기 역 홍서영(오른쪽 두번째)씨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A href="mailto:chang@hani.co.kr">chang@hani.co.kr</A>
<가믄장 아기> 연출자 남일우(맨 왼쪽)씨가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연습장에서 마퉁이 역을 맡은 배우 마두영(맨 오른쪽)씨와 가믄장 아기 역 홍서영(오른쪽 두번째)씨가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내선 21년 만에 초청받아
배우 김소리씨도 연극상 수상
26일~4월20일 대학로 공연
2002년,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아동청소년학을 전공한 연극인들이 모였다. 문화예술 장르 중에서도 가장 넉넉치 못한 연극, 그 연극에서도 특히 외진 어린이청소년 연극을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모인 사람들 웃음이 북새통 같다는 이야기에 이름을 북새통으로 정했다.

그 뒤 5년. <어디만큼 왔니>, <가믄장 아기>, <달도달도 밝다>…. 북새통의 작품들은 대박을 터뜨리는 흥행작은 못되어도 연극계에선 확실한 반향을 일으켰다. 해외에서는 더욱 주목했다. 일본 오키나와 세계아동청소년연극축제,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제아동청소년연극제, 러시아 노브고로드 국제연극페스티벌,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연극제 등 세계적인 아동청소년연극제들이 북새통을 초청했다.

어린이청소년 전문 연극집단으로 자리잡은 이 북새통에 올해 경사가 났다.

대표 레퍼토리인 <가믄장 아기>, 그리고 영국극단과 공동제작한 <다리> 두 작품이 5월9일부터 18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아들레이드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총회 및 아동극축제에 공식 초청받은 것이다. 아시테지 세계총회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아동청소년 연극행사다. 이 아시테지 총회에 한국 작품이 초청받은 것은 지난 1987년 김우옥씨가 이끌었던 동랑청소년극단의 <방황하는 별들> 이후 무려 21년 만이다.

여기에<가믄장 아기>와 <다리>에 출연했던 배우 김소리(28)씨도 20일 제5회 아시테지연극상 수상자로 상을 받게 되어 기쁜 소식을 더했다.

세계 무대에 초청받은 북새통 식구들은 요즘 한창 공연을 연습 중이다. 11일 찾아간 삼선동 지하연습실에서는 26일부터 대학로 씨어터 디아더에서 공연하는 <가믄장 아기>를 꼼꼼히 다듬고 있었다. 4월20일까지 공연한 뒤 바로 5월 아시테지 총회 무대에 서야 하므로 이번 연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가믄장 아기>는 거지 부부의 딸로 태어나 잘못된 가치에 저항하면서 자기 삶을 꿋꿋하게 개척하는 제주 신화 속 ‘가믄장 아기’ 이야기를 극으로 만들었다. 제주도 방언과 민요, 해금 연주, 고성오광대 춤사위 등을 더했고, 향토색 짙은 흙색 의상과 아름다운 천연 염색 병풍 무대 같은 무대장치와 소도구들을 매력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연출자 남인우씨에게 다른 작품보다도 특히 <가믄장 아기>가 외국 연극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남 연출자는 “단순히 한국적 이야기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 대한 이야기, 나눔의 이야기이고 평등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매력을 느낀 것 같다”며, 연극 자체로 들여다보면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열린 무대를 만들면서 어느 순간에는 집중을 요구하는, 그런 긴장과 이완의 극적 리듬에 놀라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2006년 한국에서 이 작품을 접한 아스테지 호주 세계총회 예술감독인 제이슨 크로스는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수용해야 하는지, 어떤 미학적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가믄장 아기>는 연출자 남인우씨와 작가 고순덕씨가 극단을 만든 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여성의 역할 모델을 보여주는 작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견한 여성상이었다. “연극뿐만 아니라 방송이나 영화에도 바람직한 여성 성역할 모델이 별로 없어요. 자기 정체성을 획득해서 세상과 부딪쳐서 이겨나가는 것이 아니라 거의 착한 여자, 신데렐라 같은 천변일률적인 여자뿐이었어요.” 연극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단순히 여성 문제만이 아니라 억압받는 소외계층의 문제, 그리고 권력의 이야기라는 점도 ‘재발견’되어 녹아들어갔다고 한다.

<가믄장 아기>에서 악사 초랭이로 나와 연기는 물론 연주까지 하는 김소리씨는 이 작품을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한 여성의 모험담”이라고 설명한다. 김씨는 “가믄장아기가 남편 마퉁이와 힘들게 지은 농사를 자기를 핍박하던 모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나눔의 소중함’을 깨닿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02)969-3997.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