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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지리산 한구석서 마주친 자연 담아

등록 2008-03-20 19:22

‘움직이는 산, 지리’ 사진전 여는 이창수씨
‘움직이는 산, 지리’ 사진전 여는 이창수씨
‘움직이는 산, 지리’ 사진전 여는 이창수씨
기자생활 접고 산자락에 들어
글솜씨 덧붙여 책으로도 낼 예정

“산책 길, 그 시간에 마주친 것들을 툭툭 찍었어요.”

8년 전 언론사 사진기자 일을 그만두고 지리산 자락으로 숨어들어 차 농사꾼이 된 이창수(48·사진)씨가 24일부터 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 사진전 ‘움직이는 산, 지리’을 연다.

소나무 발치에 덩그러니 놓인 바위, 사이사이 잡목이 돋아난 바위군, 편편하게 깔린 솔잎 새로 비죽한 바위, 엉크러진 가시덤불 사이의 바위…. 온통 바위다. 아니, 바위가 쉼표처럼 포함됐을 뿐 나무둥치와 잡풀과 잡목들이다.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마주치는 것들이지만 어느 누구도 잡아내지 않은 것들이다.

“지금 여기, 대화하는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찍으려는 대상을 특정 시간에 찾아가 쥐어짜내는 방식으로는 진짜 안엣 것 을 보지 못한다는 게 작가의 지론이다. 언뜻 별 볼 일 없는 것들 같은데, 보면 볼수록 사진 속 바위가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다.

“사진 속에서 나를 배제하려고 했어요. 보는 이를 내 느낌으로 끌어당기지 말자는 거죠.”

시커먼 얼굴에, 희끗희끗한 턱수염에, 전직 기자는 ‘산사람’이 다 됐다. 봄에는 차, 여름에는 매실, 가을에는 감을 수확하면서 산농사를 짓는다. 두 달 고생하면 일년은 놀고 먹는다는 생각이었는데, 웬 걸, 첫해는 농사벌이가 예전 한달치 월급도 안됐다. 그 동안 생고생을 한 결과 이제는 먹고 살 만하다고 말했다.


“차농사나 사진이나 비슷해요. 같은 재료인데 만들기 나름이거든요.”

28점의 사진은 구례로 장을 보러가면서 마주친 강돌을 빼면 모두 집주변 반경 500m 이내의 것들이다. 지리산을 몇 차례 오르내렸다지만 그의 사진 속에 아름다운 지리산 풍경은 없다. 지리산은 어디 있느냐는 질문에 나무, 풀, 바위, 흙 등 사진 속의 것이 지리산이라고 타박을 줬다. ‘사진만을 위한 사진이 아닌 사진’이라는 그의 설명이 그럴 듯하다.

그는 사진만큼이나 글솜씨도 빼어나, 일하는 틈틈이 인터넷 홈페이지(insidephoto.cafe24.com)에 올렸던 글과 사진을 묶어 곧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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