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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고전발레로 부활한 영원한 사랑

등록 2008-03-20 21:53수정 2008-03-20 23:52

클래식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클래식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클래식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잔인한 계절 4월에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이 찾아온다.

국립발레단(단장·예술감독 최태지)이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고전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을 4월16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81) 버전의 정통 클래식 발레로 국내 초연이다. 또 올해 1월 국립발레단 제6대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7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최태지(49) 예술감독의 본격적인 복귀무대이다. 더우기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해 국립발레단원을 지도하다 과거 볼쇼이발레단의 프리마 발레리나였던 아내 나탈리아 베스메르트노바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다. 국립발레단으로서는 전설의 발레리나에게 바치는 추모공연인 셈이다.

러시아 출신 그리고로비치 안무
국립발레단 내달 16~19일 공연
김주원·김지영 스타캐스팅 주목

그리가로비치는 1964년 37살의 젊은 나이에 볼쇼이발레단의 예술감독이 된 뒤로 33년간 발레단을 이끌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국립발레단에서도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스파르타쿠스> 등 주요 레퍼토리를 안무해 국내에서 많은 발레팬을 가지고 있다.

그의 안무는 러시아인답게 힘차고 역동적이며 볼거리를 많이 제공하면서, 주인공의 내적 성장과정을 극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발레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남성 무용수는 더욱 남성스럽게, 여성 무용수는 더욱 여성스럽게 보이게 해 마치 동화 속의 이야기가 클래식 발레에서 실제로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2000년과 2002년 두 차례 국내에 선보였던 모나코 왕립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예술감독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현대적인 발레로 무용수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 관대한 데 견주어, 정통적인 클래식에 기반하고 있는 유리의 안무작은 지나친 감정이입을 자제한다. 최태지 단장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무용수들에게는 마이요의 작품에 비해 까다롭기도 하지만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아름다운 음악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빠져들기도 쉬운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낭만주의의 우아하고 신비로운 발레블랑(백색발레)에서 남성 무용수들의 역할이 여성무용수의 춤을 보조하는 정도라면, 유리의 작품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지기 때문에 발레리노들의 역동적인 기량을 감상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따라서 동작에 힘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극적 드라마를 강조하지만 표정 하나하나를 표현하는 내면적 연기는 섬세하기 이를데 없다. 남성적이고 스펙터클한 두 집안 남자들의 싸움 장면과 가면 무도회, 1막의 발코니 장면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드되(2인무), 죽음을 연극적으로 처리한 엔딩 등이 주요 볼거리.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국립발레단의 간판스타 김주원, 김현웅, 정주영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지영 등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발레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춤의 영예)에서 최고여성무용수 상을 받은 김주원(30)과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에서 월드스타로 거듭나고 있는 김지영(30)의 연기 대결이 볼 만하다. 김지영의 국내 무대는 2005년 4월 <해적> 이후 3년 만으로 해외무대에서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두 발레리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문난 라이벌로 최 단장이 98년부터 2002년까지 기획한 국립발레단의 모든 작품에서 함께 주역을 맡았다. 특히 2000년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같은 배역을 맡아 기량을 겨뤘다. 따라서 서로 이미지가 많이 달라 비교하는 재미도 관전 포인트의 하나로 꼽힌다.

김주원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음악과 춤이 너무 아름답고 전개가 빠르면서 섬세해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서보고 싶은 작품”이라며 “따뜻한 봄에 우리가 쉽게 잊고 있는 아름답고 진정한 사랑을 느껴보시라”고 소개한다.

그는 “발레 장르의 특성상 어느 발레리나가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의 줄리엣으로 보여지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느꼈던 많은 감정과 경험들을 발레로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벌 김지영에 대해 “지영이는 몸은 가냘퍼 보이지만 강한 힘이 느껴지는 발레리나로, 다이나믹한 동작과 파워풀한 연기가 일품”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네덜란드에 머물고 있는 김지영은 최근 <한겨레>에 “전막 공연으로는 3년 만이라 더욱 기대가 크다. 또 최태지 단장님의 취임 이후 첫 공연으로 더더욱 뜻깊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그에게 어떤 모습의 줄리엣을 보여주고 싶은지 묻자 “사랑으로 인해 한 사람이 얼마만큼 변화가 되고, 성숙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며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그저 예쁘고 연약하고 애처로운 모습의 줄리엣의 캐릭터만이 아니라 사랑을 알게 된 한 인간으로써의 감정변화에 좀더 중점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주원에 대해 “김주원만의 화려함과 뛰어난 연기력이 장점이라 생각한다”며 “또한 무용수로써 가장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성실함도 빼 놓을 수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태지 단장은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국내 초연인 만큼 두 무용수의 해석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두 발레리나 모두 국립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인 유리의 안무작 3편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만큼 세계 어느 나라 무용수보다 유리의 줄리엣을 멋지게 소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리의 4번째 작품에 출연하는 두 발레리나 각자의 해석에 달린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관객들이 어떤 줄리엣을 발견할지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 단장은 로미오가 마신 약병을 발견하고 줄리엣이 슬퍼 춤추는 마지막 장면을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한다. 지금까지의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르게 빠른 전개와 줄리엣의 감정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담아내는 안무가, 춤추는 이에게는 그 역할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마력 같으며 보는 이에게는 숨을 옭아매는 듯 한 느낌을 줄 것이라고 추천한다.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기량이 강조된 작품인 만큼 두 발레리나와 짝을 지을 ‘로미오’ 역의 차세대 주역 발레리노 김현웅(27)과 노련한 정주영(30)의 연기대결도 관심거리다. 이번 공연의 의상과 무대장치, 소품 등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러시아에서 제작됐다.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연주하고 볼쇼이발레단의 솔리스트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알렉산더 라브레뉴크가 지휘봉을 잡는다. (02)587-6181.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국립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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